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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R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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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변하고, 소년은 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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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외인구단 - 여자는 변하고, 소년은 성장하지 않는다


 


- 황미나씨, 이건 외인구단이 아닙니다
    
     #.
    
    <공포의 외인구단>에 대한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오해 중 하나는,


    이 이야기가 오혜성과 최엄지의 애틋한 순애보 혹은 로맨스이며,


    최엄지는 오혜성의 변치 않는 첫사랑의 신화, 혹은 구원의 여인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많은 이들이 원작 만화보다는 최재성 주연의 <이장호의 외인구단>을 기억하기 때문이며,


    더 정확히는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로 시작되는


    정수라의 감미로운 주제곡에 속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작을 보면 기실 오혜성-최엄지-마동탁으로  이어지는 삼각관계 속에서


    정상적인 '사랑'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혜성이 최엄지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그냥 병든 집착입니다.


    최엄지는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오혜성이 가지고 있는 병든 집착을 이용해 먹는 x년입니다.


    마동탁은 최엄지를 인질로 잡고 상처입은 자존심을 보상받기 위해


    끊임없이 오혜성을 도발하는 개자식입니다.


 


 



    오혜성은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은 뭐든지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돌아올 수 없는 유년기의 애틋함에 대한 갈증을 보상받으려는 자기 기만이고,


    그것이 자신의 인생 전체를, 나아가서는 남의 인생까지 망치고 맙니다.


    최엄지는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오혜성을 이용하다가


    끝내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미쳐버립니다.


    마동탁이요? 자존심과 양심과 자신의 결혼생활까지 팔아서 단 한 번의 승리를 얻어냅니다.


    이것은 이기적이고 미친 인간들이 펼치는 거대한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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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고  그 비극의 배경에는 바로 80년대가 있습니다.


     끊임없이  거품을 흘리며 성장해 나가는 풍요로움과,


     그 속에서 욕망을  향해 달려나가는 불나방 같은 인생,


     그리고 사랑과 진심이라는 가치가 사라지고


     돈과 안정이 여자에게 더욱 와닿기 시작하던 그 시절 말이죠.


     90년대처럼 완전히 쿨해지지도 못하고,


     그 이전처럼 순박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시대의 방황하던 청춘들.


 


 


 


     점점 더해가던 빈부의 격차와 그로 인한 계급간의 차이 속에서


     더 강해지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목숨까지도 걸겠다던 청춘들의 욕망이 빚어낸 비극,


     이것이 바로 <공포의 외인구단>,


     그리고 같은 스토리 작가(김민기)가 쓴 또 하나의 이현세 만화 <지옥의 링>입니다.


     (두 작품은 거의 양면의 거울처럼 같은 주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
    
     그러니까 물론, 모든 것이 변해버린 21세기에 그 <공포의 외인구단>을 리메이크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리고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등장인물과 설정만을 가져와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한국의 미니시리즈들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그런 일은 90년대 초반에 주로 일어났는데,


     윤명혜의 원작소설은 최연지 극본 이승렬 연출의 <질투>와 전혀 다른 내용이며,


     이병주의 <행복어사전>도 이윤택 극본 신호균 연출의 그 미니시리즈와는 별 상관없어 보입니다.


     (솔직히 <질투>나 <행복어사전>은 윤명혜와 이병주에게 용돈 줄 용도가 아니라면


     도대체 왜 돈주고 원작을 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순태의 <걸어서 하늘까지> 역시 최민수와  김혜선이 주연한 <걸어서 하늘까지>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며, 역시  이윤택이 극본을 쓰고 이강훈이 연출한 <머나먼 쏭바강>도 그저 베트남전


     얘기를 하며 액션을 찍고 싶었을 뿐, 박영한의 원작소설과는 꽤 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대개 이런 짓들은 90년대 후반에 이미 끝났습니다.


     만약 어떤 드라마 제작자가 유년기의 애틋한 첫사랑 신화와 흔하디 흔한 삼각관계 로맨스에


     <마지막 승부>나 <아이싱>처럼 야구를 끼워넣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면,


     구태여  <공포의 외인구단> 원작을 사서 망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냥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쓰면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겠죠.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촌스러운 삼각관계에 야구를 끼워넣은 드라마 따위를 보고 싶어합니까?


     캐스팅도 되지 않을 거고, 투자도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타협을 하는 거죠. 유명한 원작을 삽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아직도 한국만화사에 남아있는 걸작이고 전설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이름만 빼고, 다 뜯어고치는 겁니다.


     그리고 홍보는 그럴듯하게 합니다. "훌륭한 원작을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했다"라고.


     하지만 명백한 사기입니다. 지금 주말 저녁에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는,


     <외인구단>이란 제목을 달고 있고, 오혜성과 최엄지, 그리고 마동탁이 주연이지만,


     우리가 아는 그 <외인구단>이 아닙니다.


 


외인구단공포2.jpg


 


     
     #.



     원작 <공포의 외인구단>은 병든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오혜성은  성장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유년기로 회귀하고자 하는 위험한 소년입니다.


     그리고 그 실현은 바로 엄지를 손에 넣는 것, 입니다.


     이것은 역시 스토리작가 김민기의 또다른 이현세 만화 <지옥의 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혜성은 끊임없이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고 말하지만,


     과연 최엄지가 정말 오혜성이 야구선수가 되는 것을 바랬을까요?


     그냥  위로처럼 스쳐지나간 어린 시절의 말에 오혜성은 집착합니다.


     왜냐하면, 그 말 이외에 오혜성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혜성의 유년기에는  단  두 개의 인간관계만이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술을  마시면 오혜성을 때렸지만 평상시에는 다정했던 아버지,


     그리고 오혜성을 동정했던 최엄지.


     아버지라는 인간은 자신의 삶의 의미조차도 모르는 인간이었으니,


     오혜성에게 삶의 의미를 찾아줄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보통 저런 경우에 애들이 엇나가게 되죠.


     그러나 그걸 막는 게 하나는 엄지고, 다른 하나는 야구입니다.


 


 


 


     원작에서  야구를 선택한 건 오혜성입니다.


     동네 애들이 야구하는 걸 보면서 "저걸 해보고 싶었어"라고 말하죠.


     하지만 그 길로 인도한 건 최엄지입니다. 그 순간 오혜성에게 야구는 소명(昭命)이 됩니다.


     최엄지는 "넌 좋은 야구선수가 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데,


     오혜성은 그것을 "좋은 야구선수가 되어라"라는 명령으로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라캉스럽고, 지라르스럽게도 엄지가 욕망(하고 있다고 오해)하는 것을


     자신도 욕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오혜성은 이야기합니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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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혜성에게 행복했던 시절은 엄지와 함께 했던 유년기 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혜성은 끊임없이 그 유년기로 돌아가기를 꿈꿉니다.


     그것은 '엄지를 가지는 것'으로 실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지는 더 이상 그때의 소녀가 아닙니다.


     그녀는 고교 최고의 강타자, 인기스타 마동탁의 여인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엄지는 잔인하게 오혜성에게 말합니다.



     #.


 


     "내 말 똑똑히 들어, 혜성아.


     탁이에겐 나말고도 따르는 여학생들이 많아. 난 그 애들에게 탁일 빼앗기고 싶지 않아.


     넌 내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고 그랬지?


     그렇다면 탁이와 나 사일 방해하는 일은 하지 말아줘.


     난... 탁일 너무 좋아하고 있어."


     
     - 공포의 외인구단 1권, 엄지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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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쯤에서 비교해보고 싶은 것은 당연히 <지옥의 링>입니다.


     야구대신 복싱이라는 경기를 택한 것, 죽음을 능가하는 지옥훈련 대신 죽을만큼 아픈 강펀치를


     받아내는 맷집을 부각시킨 것을 빼면, 두 작품의 주제는 거의 비슷합니다.


     반면 최엄지라는  캐릭터의 부정적인 면은 <지옥의 링>에서 더욱 돋보입니다.


     아주 막 얘기하자면, <공포의 외인구단>에서의 최엄지가 수동적인 나쁜 년이라면,


     <지옥의 링>의 최엄지는 적극적인 나쁜 년입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엄지는 언제나 '엄마'의 뒷편에 물러나 있습니다.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낸 마동탁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도 엄마의 극성이고,


     오혜성과의 굳은 약속을 깨버릴 때도 엄마가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은  그녀라는 사실입니다.


     마동탁이 100게임 연속안타를 치건, 1000게임 연속안타를 치건,


     그녀 자신이 버티고자 마음 먹었다면 버틸 수 없었을까요?


     아니 최소한 마동탁만은 안 택해도 되지 않았을까요?


 


 


 


     그토록 승리에  집착하는 야구선수와 결혼하지 않고, 그냥 평범한 누군가와 결혼해 살았더라면


     오혜성의 남은 인생도 훨씬 더 나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는 오혜성이 떠나는 그 순간부터 그를 배반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겁니다.


     이런 말하 면 맞아죽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원래 여자는 그런 존재라고 (니체가) 그러더군요. (웃음)


 



    
     어쨌든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엄지의 모든 선택의 전면에는  극성스러운  엄마가 있었습니다.


     어린 혜성과의 연락을 끊어버린 것도 엄마이고, 오혜성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도 엄마죠.


     심지어 (제가 늘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오혜성은 외인구단 훈련을 떠나면서 받은


     계약금 6천만원을 모조리 엄지에게 맡깁니다. (그 당시 6천만원이면 집 한 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마 엄지는 그 돈을 엄마에게 맡겼겠죠. 그래서 혜성이 떠날 때 엄지 엄마가 친히 나오셔서


     "미우나 고우나 자네는 내 사위될 사람이네"라고 말까지 해줍니다.


 


 


 


     하지만 그 돈을 꿀꺽, 하는 데에도 아무 양심의 가책이 없죠.


     <공포의 외인구단> 어디에도 혜성이 돌아온 후 그 돈을 마 서방


     (혹은 "탁이 씨"라고 부르는 걸 봐서 마동 서방?)이 갚아줬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보기 싫은 꼴은 나서기 좋아하는 엄마가 다 보여줍니다.


     최엄지는 비극의 주인공마냥 절망한 표정을 보여주죠.


     바로 다음 장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활짝 웃으면서!


 


외인구단변해버린엄지1.jpg외인구단변해버린엄지2-혜성의좌절.jpg



(변해버린 엄지와 좌절하는 혜성)


    
     반면  <지옥의 링>의 최엄지는 훨씬 더 솔직합니다.


     고아원에서 혼자만 양녀로 들어간 엄지는 지긋지긋한 고아원 시절을 잊고 싶어서


     양부모에게 서울로 이사가자고 졸라대고, 자기 뜻이 이뤄진 후에는 옛 친구들에게 집이 망했다고


     거짓 편지까지 보냅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상류층에 편입해서 재벌가의 자제들을 노리죠.



     #.
    
     "국민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난 내가 보육원 출신이란 사실을 지우고 싶어졌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난 친구들에게 철저하게 부모님의 친딸임을 강조했었지.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보육원에서 데려온 양녀란 사실이 친구들 사이에 알려지고 있었어.


     그때부터 난 매일같이 울며 부모님을 졸라댔었지. 멀리 이사가자고. 멀리 멀리...


     아주 멀리 이사가서 이후론 내가 보육원 출신인 걸 아는 사람은


     내 눈앞에 얼씬거리지도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지."


    
     "다시  생각해봐,  엄지. 넌 지금 뭔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어.


     어릴 때야 어린 마음에 창피하니까 그런 걸 감추려고 했다는 거 이해해.


     하지만 이젠 다 자란 어른이야. 넌 아주 훌륭하게 자랐어.


     그런데 이제 와서 출신을 갖고 부끄러워하고 감추려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어.


     진짜 부끄러운 건 그 사실을 남에게 속이려고 하는 거야.


     그리고 그것이 탄로날까봐 어릴 적에 키워주신 원장 어머니께 안부 한장 안 전한다는 사실이야."
    
     "말소리 낮춰.  현재의 생활에 만족해 버린다면 나도 그럴 수 있어."


    
     "난  벌써 과일가게를 개업했어. 비록 전세로 얻은 점포지만, 어쨌든 과일가게 주인은 나라고!


     두산이도 함께 있어. 이제 너만 오면..."
    
     "그러고 보니 어릴 적에 네가 그런 얘길 하곤 했었지. 장래소망이 과일가게 주인이라니...


     내 꿈은 현재 사원 2백명의 아버지 회사를 내 힘으로 2천명, 2만명 한없이 늘려서


     우리 회사도 기어코 재벌그룹 회사로 격상시키는 거야.


     난 이미 보육원 출신 신분문제 따위로 고민하고 있지 않아. 까맣게 먼 옛날 일일 뿐이니까.


     지금의 내 고민은 왜 마동탁씬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재벌그룹의 아들인데,


     난 조그만 중소기업 사장의 딸일까, 하는 거야."
    
     - <지옥의 링> 1권, 혜성과 엄지의 대화.
    
     #.
    
     물론 시대적인 상황이 그렇다보니, 엄지가 CEO로 나서서 회사를  키우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저 당시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재벌집 아들과 결혼하는 일밖에 없죠.


     그래도 엄지는 두 명의 재벌집 아들과 혜성까지 세 명을, 요즘 말로 '어장관리'하며 농락합니다.


     사실 <지옥의 링>의 진정한 주인공은 오혜성도 마동탁도 아닌, 최엄지라고 해도 무방해요.


     오혜성, 마동탁, 그리고 또 다른 재벌가의 아들 최한수는 그저 최엄지의 손에 따라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죠. 그나마 셋 중에서 좀 헐거운 마리오네트가 오혜성입니다.


     오혜성은 최엄지를 '타락'했다고 규정하고 다시 어린 시절의 최엄지로 돌려놓으려 합니다.
    
     #.
    
     "서울로  간다.  엄지 아버지가 하는 회사와 똑같은 직종을 택해 다시 시작한다.


     경쟁을 벌이겠어. 무너뜨리겠어. 그래서 엄지를 진짜 알거지로 만들어 버린다.


     돈이 엄지를 변하게 한 거야. 돈만 없으면 엄지는 다시 옛날로 돌아와."
    
     - <지옥의 링> 1권, 혜성의 대사.


 


 


외인구단성전2.jpg외인구단신성전1.jpg


 


(최엄지, 그리고 혜성의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매개체인 그녀의 편지들)


 


     
     #.
    
     앞서도  말했듯, 오혜성이 최엄지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은 병든 집착이며,


     그것은 '행복한 유년기'로 회귀하고자 하는 소년적  욕망의  발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엄지를 가지는 것, 으로 구현되는데,


     그 방식은 <공포의 외인구단>과 <지옥의 링>이 각각 다릅니다.


     <지옥의 링>에서는 엄지가 전면에 나서서 직접 욕망하고, 직접 대사합니다. 따라서 혜성의 목표도


     '돈으로  엄지를 사는 것'이란 직접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공포의  외인구단>은 약간 지라르 식입니다(물론 김민기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습니다만).


     엄지는 '엄마'를 전면에 내세워 자신의 욕망을, 엄마가 욕망하도록 합니다.


     오혜성 역시 자신의 욕망 대신 엄지가 욕망하는 것, 야구선수가 되는 것,


     그리고 마동탁(을 꺾는 것)을 욕망하는 것이죠.


 


 


 


     이에  대해  얘기하는 건 꽤 재밌는 일이지만, 어쨌든 하고 싶은  얘기에서 너무 멀리 왔으니


     되도 않는 욕망이론 놀이/라캉 놀이는 그만 하기로 하죠.


     어쨌든 중요한 건, 엄지는  유년기에서 벗어나 여자가 되어가며 부와 안정, 그리고 허영을 욕망하는


     것이고, 오혜성은 성장하지 않고 끊임없이 유년기로 회귀하기를 바라며 그것을 엄지를 대상으로


     구현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즉,
    
     #.
    
     여자는 변하고, 소년은 성장하지 않는다
    
     #
    
     는 것인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백두산과 오혜성의 대화입니다.


 



    
     #.
    
     "...그렇게라도 마음을 잡아줬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말야...


     너같은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세상에 너뿐만은  아냐. 그러나 그 사람들은 그러면서도


     가정을 꾸민다.  다른 여자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을 하고, 그리고 아기를  낳고 행복하게 살면서


     그런 생각을 조금씩 잊어간다. 그런데 문제는... 네 놈은 그럴 놈이 아니란 거다."
    
     "물론이지."
    
     "불행해진다."
    
     (...)
    
     "본인도  막을 수 없는 그 마음을 억지로 버리라곤 하지 않아! 다만 가정을 가지라는 거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잊어가는 거야. 자연스럽게.."



     #.
    
     혜성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사실 소년의 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모두들


     어느 정도 현실을 인정하고 사는 것인데, 혜성에겐 그런 감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혜성의 정신은 현실을 이탈합니다. 어쩔 때는 엄지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잊고,


     엄지의 동생인 현지를 엄지로 착각하기도 하죠. 그게 혜성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
    
     그리고 우린 여태 한 명을 잊고 있었습니다. 마동탁입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타자.


     그리고 연습량과 집념에 있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사나이. 신혼여행 중에도 배트를 놓지 않는


     성실함.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사람.
    


 



     마동탁이 혜성을 처음 만난 건 고교야구 대회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그와 혜성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고등학교 대회에서  처음으로  마동탁에게 패배를 안겨준 게 혜성입니다.


     마동탁은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고,


     그걸 다 잊을 때쯤 프로 무대에서 다시 한 번 혜성에게 패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단 한 번도 혜성을 이기지 못합니다.


 


 


외인구단너에게바친다.jpg외인구단너에게바친다2.jpg


 


 


 


     그리하여 마동탁은 혜성이  자신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엄지를 인질로 삼아서 말이죠.


     순진한 소년은 그를 이용하는 나쁜 년에게 집착하고,


     그를 이용하는 나쁜 년은 권력과 돈을 가진 개자식에게 자신을 바친다, 완벽한 먹이사슬입니다.


     조금만 현실감 있게 바꿔본다면,


     아르바이트 해서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명품백을 사주는 멍청한 남자와,


     그 명품백을 매고 돈많은 남자를 낚으러 가는 여자,


     그 여자를 멋진 외제차에 태워 호텔로 데려가는 돈많은 유부남 같은 관계인 거죠.


     마동탁은 엄지를 인질로 잡은 것으로도 모자라서, 최후의 방법을 씁니다.


 


 


 


     최엄지가 오혜성에게 "한 번만 져줘"라고 부탁한 것에는 분명 마동탁의 의도가 있었다고,


     원작은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
    
     그리고 최엄지가 오혜성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는 장면은 아주 상징적입니다.


     최엄지는 오혜성을 고등학교 때 만났던 찻집, 그리고 처음 만났던 장소로 뺑뺑이를 돌리면서


     오혜성의 소년시절로 시간을 돌립니다. 그리고 가장 순수했던 그  시절, 추억의 장소로 데려와서야


     비로소 가슴에 담겨있던 부탁을 합니다. 한 번만 져달라고.


 



    
     오혜성이 절망하는 것은 당연하죠.


     오혜성이 달려왔던 길은 최엄지가 욕망했기 때문에 정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최엄지가 오혜성의 패배를 욕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순간, 오혜성에게는 여태껏 자신을 버티게 했던 삶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비극이 벌어지죠. 오혜성은 지기 위해 달려가면서 속으로 소리칩니다.



 


외인구단넌세상에서가장부러운놈이다니가이겼다1.jpg외인구단넌세상에서가장부러운놈이다니가이겼다2.jpg


 


(마동탁의 공에 일부러 머리를 맞고 쓰러진 오혜성)


 


     #.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놈!
    
     네가 이겼어!
    
     이까짓 승부가 무슨 소용이야!
    
     엄지를 독차지 했다는 그것만으로...



     네가 완전히 이긴 거야!
    
     그래도 날 아주 잊진 마, 엄지.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 하던.. 혜성이를...
    
     #.
    
     오혜성은  눈이 멀고, 최엄지는 미칩니다.


     마동탁은 부인과 가정생활과  자존심을 바쳐서 1승을 얻습니다.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행복해질 가능성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이들의 잘못된 선택과 욕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비극이죠.


     이것이 바로 <공포의 외인구단>입니다.



 


외인구단실명한까치와기억상실엄지.jpg


 


(장님이 된 혜성과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엄지)


     
     #.
    
     문제는 말이죠.
    
     #.
    
     황미나가 각색한, 혹은 그랬다고 알려진 <2009 외인구단>에는  이 모든 게 빠져 있습니다.


     엄지는 항간의 오해대로 유년기 첫사랑의 신화입니다.


     마동탁에게 당당히 "난 오빠를 그냥 오빠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다"라고 말하는,


     웨이트 트레이닝 룸에 가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집어 던지는,


     결혼으로 팔자를 고치기보다 당당하게 가난하나마 동대문의 옷가게에서 일하는


     소녀가장 엄지는 우리가 아는 <외인구단>의 최엄지가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오혜성을 만나 야구로 농락당하고 자존심에 상처입는 마동탁도 없습니다.


     <2009 외인구단>의 마동탁은 그냥 트렌디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돈많고 잘생긴,


     삼각관계의 한축인 악역입니다.


     그래놓고 억지로 이 세 사람을 엮기 위해 유년기 시절의 말도 안 되는 로맨스를 끼워넣습니다.


     중학교 야구선수가 초딩을 질투하며 찌질대고, 초딩이 던진공을 겨우 파울팁으로 스쳐놓고는


     당당하게 "이것도 친 거야!"라고 우기는 어이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것이 그 오랜 사랑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황미나는, 혹은 김인숙은 <공포의 외인구단>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거나,


     혹은 아예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던 게 분명합니다.
    


     #.
    
     처음 두려웠던 것은 이렇게 어이없는 트렌디 드라마식 삼각관계를 만들어 놓으면


     병든 집착과 이기고자 하는 욕망과 천박한 이기심이 만들어낸


     그 거대한 비극의 라스트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라는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캐릭터들로는 그런 결말을 보여주기 쉽지 않을텐데.


     오늘 그 문제의 해답을 알았습니다. 결말이 원작과 다르다고 하더군요.
    


 


 


     물론  각색이란 자유로운 작업이고,


     시대가 변한 마당에 예전의 그 결말을 고집할 필요 역시 없어보입니다.


     그리고 드라마라는  게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죠.


     포항 시가 돈을 댔는데, 원작대로 포항 시를 잠깐만 보여주고 건너뛸 수도 없는 문제라


     최소한 2부 중반부까진 보여줘야 할테니까 아역 분량을 좀 늘렸고,


     시간만 늘릴 수 없으니까 이런 저런 사건들도 붙였고,


     그러면서 아예 등장인물들도 유년기에 엮어버렸겠죠.


 


 


    
     여성시청자를 잡아야 하는 입장에서, 원작의 정신병적인 로맨스와


     낡았을 뿐더러 심지어 부정적이기까지 한 최엄지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물론 안 될 일이었을 겁니다.


     더군다나 각색자가 순정만화계의 대모이면서


     항상 자신감 넘치고 흥미로운 여성캐릭터를 창조해왔던


     황미나 씨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솔직히 저는 이현세씨보다 황미나씨를 더 좋아합니다. 한때 좋아하는 순정만화가 1위는 유시진 씨,


      2위가 황미나씨였습니다. 지금은 김혜린 씨에게 2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하지만 새로 만들어낸 최엄지는


     <별은 내 가슴에>의 최진실이나 <미스터큐>의 김희선과


     큰 차이가 있어보이진 않습니다.


 


 


   
     #.
    
     문제는  원작의 많은 장점을 다 버리고,


     등장인물과 설정만 쏙 빼와서 만든 평범한 3각관계 트렌디 야구드라마를,


     구태여 그 유명한 원작만화를 사와서 만들어야 할 이유가,


     '펀딩의 편리함' 말고 무엇이 있느냐, 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데 구태여 <외인구단>의 타이틀을 달아야 합니까?


     아니, 솔직히 보면 야구얘기도 필요없어 보입니다.


     평범한 여자 최엄지 앞에 나타난 돈많은 자기밖에 모르는 부자 오빠,


     그리고 가난하지만 성실한 남자...


     이런 로맨스 드라마가 얼마나 많습니까?


 


 


     <외인구단>에 기대하는 건 그런 게 아닙니다.


     2009년식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건 상관없지만, 로맨스를  강화하는  것도 상관없지만,


     이런 식으로 강화한 작품은 <외인구단>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


     저는 바뀐 결말을 모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원작처럼 무겁게 갈 것 같진 않습니다.


     어차피 캐릭터도, 이야기도 전부 다르니까요.


     시대를 업데이트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냥 등장인물의 이름과 제목만 사와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일본에 수출하는 제목이 나아보입니다.


     이것은 <외인구단>이 아닙니다. 그냥 오리지널 [STRIKE LOVE]겠죠.


     근데 내용이 약간 <공포의 외인구단>이랑 비슷하네요,


     라고 말하면 딱이겠죠.
 


외인구단공포3.jpg


 


    
     #.
    
     근데 정말 문제는, 제가 이렇게 말해놓고도


     아마 주말만 되면 계속 시간 맞춰 본방을 사수할 것 같다는 점입니다.


     저는 누가 뭐래도 못 말리는 야빠에, 외인구단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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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퍼온 글입니다. 지나친 욕설이나 문장 편집의 측면에서 상당부분 수정이 있었습니다.


 


2009 외인구단 시청자의견 게시판의 김상우(Alexcool)님의 글입니다.


 


이미지는 제 임의대로 삽입했습니다.


 


글이 무척 길지만, 미친듯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네요.


 


전 '외인구단'보다도 '죽음의 링'의 광팬이었습니다.


 


원 출처 링크


 


http://imbbs.imbc.com/view.mbc?list_id=1024896&pre_list_id=1024907&next_list_id=1025122&page=2&bid=2009baseball_board


 


'이장호의 외인구단' 이미지는 http://blog.naver.com/lih2001?Redirect=Log&logNo=60051598204에서


 


'공포의 외인구단' 이미지는 http://cafe.naver.com/mooncin/47


 


그 외 몇몇 블로그를 참조했습니다.


* 해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10-02 22:39)

09-05-05 18:51:38
  sweethoney     09-05-05  
 이 글을 보니 제가 아는 동생 중의 한 명이 오혜성은 스토커고 엄지는 나쁜 년이라고 했던게 생각나요. 그 광적인 사이비 종교같은 집착이 무섭지만 또 한편으로는 매력적이라서 읽고 또 읽고 한다구요.^^  
  The Reason     09-05-06  
 HTML 수정했습니다. 훨씬 보기 낫군요 :)  
  노랑가오리     09-05-06  
 아직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제가 공포의 외인구단을 접한건 중2때였습니다.
아마 학교 문화교실이 "칼라퍼플"이란 영화였는데, 거기 땡땡이치고 당시 관람불가였던 공포의 외인구단 영화를 봤었지요..
정수라의 노래만 기억에 남고 그냥 내용은 그랬던거 같네요.
그러고 나서 중2 겨울방학때에 이현세의 만화로 보았었습니다.
아마 30권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암튼 만화를 더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때 보면서도 오혜성과 엄지, 마동탁간의 관계는 너무나 억지스러워 보였어요...
지금 다시 드라마로 보게 되면 어떤 느낌일지.... ㅋㅋ
중2 당시에 오혜성을 연기한 최재성이 기억에 나네요.. ㅎㅎ
드라마 예고편은 봤는데, 일단 비쥬얼에서 윤태영은 오혜성 같던대요?
엄지 김민정은 조금 어린 느낌이... ㅋㅋ  
  해원     09-05-06  
 음냐

요즘 새로 나온 논문내용이 생각나네요.

고흐의 귀는 사실 고갱이 잘랐다라는...

뭐 논문이니 확실하다 이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사실 그 두사람한테 관심 많아서 이것저것 많이 찾아보았던 저로서는
상당히 그럴싸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편하게 살아요.
너무 집착하고 광기에 사로잡히면
행복을 잡을 수 없죠.  
  해원     09-05-06  
 아, 이 글 좋은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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