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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퍽퍽!! 드라마 파르르르~~] 마리나MARINA-Medic's Story
마리나MARINA-Medic's Story
-은하영웅전설 짝퉁 version-_-;;;;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의 은사에게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나의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나는 환자가 나에게 알려준 모든 것에 대하여 비밀을 지키겠노라.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관계 도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더 없이 존중하겠노라.
나는 비록 위협을 당할 지라도 나의 지식을 안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나는 자유 의사로서 나의 명예를 걸고 위의 서약을 하노라

(Oath Of HIPPOCRATES 히포크라테스 선서)-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는 제네바 선언문판


1. 살아남은 자의 슬픔



연단 위 위정자들의 열기와 안간힘에 비해 구름같이 모여든 청중들의 시선은 자못 싸늘하고 냉소적이었다.
조금 전까지 레이스 편대의 무지개 빛 꼬리 연기를 피우며 산개하는 모습에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를 보내던 모습은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관변단체임이 분명한 소속의 사람들이 드문드문 함성과 박수를 보낼 뿐, 청중들의 바다는 그대로 침묵의 바다였다.
하기는 위정자들이 일반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동감을 얻었던 것이 이 우주 역사상 몇 명이나 될 것인가.
GWWP(Gosll World Wlde Paper)의 정경(政經)기자 케네스는 이마에 어리는 땀을 닦아내며 속으로 냉소했다.
“아마, 요.순 시대 이후로는 없었을 것이다.”
속으로의 중얼거림이 밖으로도 새어나온 모양이다. 곁에서 역시 열기 없는 시선으로 단상 위 현란하지만 공허한 정치가들의 언롱(言弄)을 바라보던 전사비평가 부 다빈(Boo Davin 그의 성명 표기는 동양식, 곧 성을 앞세우는 표기법을 따르고 있었다.)이 케네스의 중얼거림을 듣고 역시 쓴 웃음을 지었다.
“언론과 정치가 불가근불가원의 공식을 지키지 않는 것도 아마 유사이래일걸”
“저 혼자 독야청청해봤자 부러지는 것 역시 저뿐이겠죠”
얼핏 듣기에는 상당한 가시들이 박혀있는 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처럼 얼굴에 미소를 떠올리며 날카로운 말들을 주고받았다. 그것이 그들에겐 농담이었다.
“난 가봐야겠어.....이 정도 있어주었으면 초청장을 보낸 7급 공무원에 대한 예의는 갖춘 셈이겠지.”
“부럽습니다. 전 초청이 아니라 파견이라서......”
“솔직히 이런 행사 안 봐도 비디오고 안 들어도 오디오 아닌가?”
“그건 그렇죠^^;;;;;”
케네스는 부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보였다. 프리랜서인 부의 자유분방한 행동이 부러워질 때는 이럴 때 뿐이었다. 자신이 내키지 않는 일은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제시한 경제학자와의 인터뷰를 삼고초려 끝에 따내고 기뻐한 것도 잠시, 데스크의 <지그문트 성역 대전승 기념회>를 취재하고, 여당의 실세인 정치가의 기자회견을 따오라는 지시에 끓어오르는 심화(心火)를 애써 억누르며 달려온 길이었다.
마침, 그의 취재상대인 정치가가 참으로 말잔치뿐인 식사를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마 이제 기자회견을 열어 석 달 남짓 남은 최고지도자 경선에 도전의사를 밝히겠지. 케네스의 뇌리에 내일 신문 일면이 일목요연하게 떠오르고 지워졌다.

“예전엔 신문을 여러 개 읽으면 도움 되는 것이 많았어요. 같은 사건도 언론사에 따라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니까. 그런데.....요즘은 대형신문사나 영세 타블로이드 신문사나 다 똑같아.....그 밥에 그 나물이야.”
자신의 취재요청을 차갑게 물리치며 내뱉던 경제학자의 말을 떠올리며 케네스는 쓴 입맛을 다셨다. 자신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인 신문기사를 주구장창 소설 쓰듯 읊어대는 처지가 아닌가.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부럽습니다.....누구는 데이트 가는데 누구는 공휴일날도 근무라니-_-;;;;”
“데이트는 맞는데.....좀 애매한 데이트지.”
부의 얼굴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평소의 조금은 시니컬한 미소가 아닌,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미소였다.
“자네......세바스찬-후안 베아트리체 여사를 아는가?”
세바스찬 후안 베아트리체, 머릿 글자를 딴 S,J.B라는 무료봉사 의료단체의 설립자이자 대표자로 자유시민행성동맹 최고의“아름다운 할머니”로 이야기되는 사람.
“그 분을 만나러 가시는 겁니까?”
케네스는 눈을 둥그렇게 뜨며 반문했다. 시민들에게는 언제 아무 때나 어디서건 별다른 불편함 없이 찾아가고 만날 수 있었지만 희한하게도 지위가 높아질수록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 베아트리체 여사였다. 이번 전승기념회도 그랬다. 지그문트 성역 대회전 전투는 베아트리체 여사가 창설한 의료봉사대가 처음 참전한 전투였고, 일반 전투병들의 생존률을 가장 높게 올린 기념비적 전투였다. 사람들은 전승의 제일공신을 베아트리체 여사(당시엔 25살의 처녀였지만;;;;)와 그녀의 의료봉사단 MEDIC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그녀는 정부에서 하사하려는 훈장을 단호히 거절했다. 행정부나 입법부에 참여해달라는 여야 정치단체의 끈질긴 유혹도 콧바람에 날려보냈다. 그녀는 권력의 품에 기생하는 대신 무료의료봉사라는 험난한 길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었다, 또한 매년 정부에서는 지그문트 성역 대회전 승전 유공자 자격으로 그녀를 초청해 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지껏 단 한번도 참석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지그문트 성역 전투 이후 삼십 오년이 넘도록 그녀의 인터뷰를 따낸 언론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살아있는 신비. 그녀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한 유명 언론인 월터 크롱카이트의 탄식 섞인 호평이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영상매체나 언론매체에서 그녀처럼 꾸준하게 다루어져 오면서도 정작 알려져 있는 사실은 몇 안 되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는 조금은 부러운 듯 자신을 쳐다보는 케네스에게 그답지 않게 정감 있는 악수를 하고 웅성거리는 관중들 사이로 사라졌다. 한참이고 케네스는 그런 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으로는 이미 그와 동행하고 있었지만 몸은 여기, 자신에게 맡겨진 달갑잖은 임무에 매여 있었다.



건물평수에 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넓은 정원을 가진 집이다. 화단에는 장미꽃들이 형형색색의 천연광을 발하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가지런히 손질된 잔디 밭 사이로 붉은 벽돌들로 만들어진 소로(小路)가 놓여 있다.
잔디밭 한복판에 놓여진 테이블에 조금은 낡은 옷이나마 격식 있게 갖추어 입은, 흰 머리가 군데군데 섞인 여인이 흔들의자에 앉아 있다. 손에는 자유시민행성연맹의 또 다른 상징인 에비앙 수에 과일과즙을 섞은 음료수 잔을 들고 있다.
“할머니!!!”
장미꽃 화단 속에서 불쑥 붉은 머리의 여자 아이가 얼굴을 내민다. 온통 환한 웃음이 떠올라 있는 얼굴. 그리고 작은 체구지만 정원 구석구석까지 울릴 듯한 힘차고 맑은 목소리.
“이 장미 너무 예쁘지 않아요?”
여자 아이는 눈에 두드러지게 붉은 장미를 손에 들고 달려온다. 붉은 장미의 색감이 도드라지게 여인의 눈에 파고든다. 따가운 가시처럼, 붉은 핏빛처럼.
“그래.....정말 예쁘구나.....”
여인의 눈가에 잡힌 잔주름이 보드랍게 웃음 짓는다. 뒤따르는 아이의 함박웃음. 붉은 머리카락이 손에 들린 빨간 장미 송이에 그대로 녹아드는 느낌이다.
“어? 아저씨다!‘
돌연 아이가 반색을 하며 그대로 달려간다. 고개를 돌린 여인의 눈에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한 손에는 케이크 상자를,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있는 사내가 보인다. 부 다빈이다.
“부 아재!!!”
엉클 부, 혹은 부 아저씨라는 말을 부는 싫어했다, 미스터 부라는 명칭에는 얼굴까지 붉어지는 그였다. 대신 이제는 사어(死語)로 분류되는 지구의 어느 한 지역의 방언인 아재라는 말을 매우 좋아했다.
“오, 우리 우주 최강 미인!!!!”
그대로 품에 안겨드는 아이를 힘껏 들어올리며 부는 참으로 그에겐 보기 드문 환한 웃음을 보인다. 꼭 아버지와 딸을 보는 듯한 정경이다.
“먼 길을 자주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부가 다가서자 베아트리체 여사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일어선다, 예순이 넘은, 반백의 머리지만 여전히 그녀의 몸놀림은 잔잔하고 세련되어 있다.
“뭘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부는 여사가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 맞은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옆에서 케잌 상자를 보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카트린느가 좋아하는 치즈 케이크다.”
케이크 상자를 열어 치즈 조각 케이크를 꺼내드는 부를 바라보는 카트린느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제법 입맛까지 다셔가면서.
“차를 준비해야 할 것 같군요.”
“아닙니다. 이 에비앙-과일 과즙 음료면 최고죠.”
각자 앞에 놓여있는 접시에 보기에도 맛나 보이는 치즈 케이크 조각이 놓여진다. 놓여지자 마자 “잘 먹겠습니다!!”를 외치고 탐욕스러울 정도로 스푼으로 케이크를 맛보는 카트린느를 바라보며 베아트리체 여사와 부는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참.....여사님께 드릴 것이 있습니다.”
눈으로 묻는 베아트리체 앞에 부는 제법 두툼한 양장본의 책을 내민다. 고급재질로 양장된 겉표지에는 금박글씨로『전쟁의 승리 뒤에 묻힌, 우리가 잃은 것들』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조금은 흐릿한 시선으로 책을 바라보는 베아트리체에게 부가 입을 연다.
“나다 제독이 쓴 책입니다.”
슬몃 베아트리체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나다. 얼마 만에 떠올려보는 이름인가. 불세출의 영웅, 하지만 언제나 오해와 질시 속에서 불운이라는 저주를 평생 벗 삼고 살아야 했던 명장중의 명장이었으되, 그늘 속에 가려졌던 이름.
“그 분이라면 이런 책을 쓰실 자격이 충분하지요.”
부는 베아트리체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다. 훤칠한 키, 유달리 죽죽 뻗어 부하장병들에게 때로는 “옥토퍼시(문어)-_-;;;;”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손가락.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만 아니라면, 아직도 삼십대로 보일듯한 동안의 얼굴. 리 제독의 머쓱한 듯 뒷통수를 긁적거리며 지어보이던 웃음이었다. 신기하게도 두 사람의 미소는 상당한 수줍음과 약간의 안타까움, 그리고 짐작 못할 그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제독께서는 달리 말씀하시더군요.”
부는 시원 향긋한 에비앙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들이켰다. 향긋한 천연과일향이 감도는 입안과는 달리, 그의 속내는 말 못할 갈증으로 바싹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정작 소리 내어 말해야 할 사람이 침묵하고 있어 안타깝다고요.”
베아트리체의 얼굴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아주 잠깐, 음료수가 담긴 유리컵을 만지작거렸을 뿐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무시무시한 속도로 치즈 케이크를 전멸시키고 있는 손녀딸 카트린느의 머리를 슬쩍 매만졌다.
“그리고 이런 말씀도 하시더군요.”
“……”
“이제는 스스로 내린 형벌을 거둘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그렇게....말씀하셨던가요?”
이번엔 조금은 쓸쓸한 웃음이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다. 부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 지그문트 성역 대회전의 실상을 증언할 사람은 은퇴한 이후 일절 대중과의 접촉을 피하는 리 제독과 여기 있는 베아트리체 여사. 두 명 뿐이었다. 자유시민행성연맹의 가장 빛나는 승리로 기록되어 있는 지그문트 성역 대회전. 그러나, 일부에서는 가장 빛나되, 가장 치욕스런 전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었다.
자칫하면 그 가려진 진실은, 영원한 어둠 뒤에 숨어버릴지도 모른다. 노년을 넘어선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부의 마음은 초조했다. 무엇이 저들을 이리 침묵하게 만드는 것인가.
“남들이 볼 때는 지옥이요, 천형의 형벌도 본인이 즐기면 극락이겠지요.”
“보는 사람들에게 더 잔인한 형벌이군요.”
부의 대답에 베아트리체는 미소를 거두고 차분한 표정으로 부를 바라본다. 바위 같아, 겉으로는 평온하고 화사한 꽃밭 같지만 저 분의 얼굴 바로 뒤에는 누구도 넘어설 수 없고, 부술 수 없는 거대한 바위벽이 놓여 있는 것 같아. 잠깐이지만 부는 극심한 심리적 피로감을 느껴야 했다.


  ♠♠♠

“단, 조건이 있습니다.”
“……?”

단조롭고 간소한 실내. 갈색 티 테이블 위엔 두 잔의 커피 잔이 식어가고 있었다. 방금 상당한 분량의 원고용지를 건넨 사람은 키가 2미터도 넘어 보이는 거대한 신장의 리 제독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마른 몸매 때문에 덩치에서 느껴지는 위압감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 그저 키만 크고 사람 좋아 보이는 넉넉한 인상의 이 할아버지가 삼 십여 년 전, 지그문트 성역, 파나소닉 성역 대회전을 비롯한 자유시민행성연맹군의 불패신화를 창조했던 나다 리 제독이었음을 알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으리라.  
부는 원고용지를 받으려던 손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으로 리 제독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오랜 대치와 탐색전, 그리고 정면도전 끝에 힘겹게 얻어낸 원고였다. 그동안 얼마나 까다로운 단서조항들이 많았던가. 언론에는 절대 이 사실을 유출시킬 수 없다. 우리 두 사람만이 알고 있어야 한다 등등......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를 힘 빠지게 했던 것은 이 원고는 리 제독의 사후에 출판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예순이 넘었지만, 그리고 가끔 심장계통에 이상 징후를 느끼는 리 제독이었지만 여전히 그는 부가 따라잡기도 벅찰 정도로 라켓볼의 명수였다. 느닷없는 죽음이 그를 덮치기에는 아직 죽음의 힘이 그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사후에나 출판이 가능하다니.......
그러나 어쨌든 지그문트 성역 대회전의 비사를, 그 전투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의 손을 통해 알려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는 것이 부에게 일말의 여유를 제공했다. 완전히 어둠에 묻힐 뻔한 진실을 이렇게나마 지켜내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쓴 입맛을 다시며 리 제독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부가 떠올린 생각이었다.
그런데 또 리 제독은 새로운 단서조항을 붙이려는 모양이었다. 아직, 붙일만한 단서조항이 남았습니까? 다른 이였다면 부는 아마도 시니컬한 웃음을 물면서 그렇게 쏘아붙였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리 제독이었다. 부가 가장 존경하고,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할만한 불세출의 영웅. 영웅에 대한 대접은 정말 힘들구나! 솟아오르는 짜증을 농 섞인 탄식으로 자위하며 부는 리 제독의 말을 기다렸다.
“이 원고를 먼저 보여드려야 할 분이 있습니다.”
“……?”
“사실, 저에게는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주어져 있지 않습니다. 정말 그때 일을 책으로 쓴다면 그분이 쓰셔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 분은 그렇게 하지 않기에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이렇게 대리인의 신분으로 글을 쓴 것입니다.”
“……”
“대리인이 자기 마음대로 책을 출판할 수는 없는 법. 그 분에게 먼저 보여드리고 허락을 얻어야겠지요.”
맙소사. 부는 또 하나의 벽이 자신에 앞에 놓이는 소리를 들었다. 리 제독이 말하는 그 분이 누구인지는 부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만만찮은 벽임을 또한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베아트리체 여사가 출판을 거부한다면.......이 책은 세상에서 없던 것으로 해둡시다.”
“……”
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베아트리체 여사가 과연 이 책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출판가부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좀처럼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럼 왜 직접 베아트리체 여사에게 전해드리지 않는 겁니까?”
트집이라기보다는 정말로 궁금해서였다. 리 제독과 베아트리체 여사가 거의 동시에 일체의 사회적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섰을 때 많은 이들은 두 사람이 수면 밑으로 상당한 접촉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정치가들은 두 사람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유언비어에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와 군부 역시 상당한 정보와 비밀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의 입에서 어떤 폭탄선언이 터져나올지 전전긍긍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전혀 교류가 없었다. 공식석상은 물론, 비공식 석상이나 지그문트 성역 전승 기념박물관의 비공식 행사에서도 일절 만남 같은 것은 없었다.
불화설이니, 두 사람에게 새로운 내연의 이성이 생겼다느니 하는 옐로우 저널리즘에 편승한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대서특필해댔지만 이내 흐지부지 사라져버렸다.
두 사람은 그저 부지런히 자신의 세계에 갇혀 살아가고 있었다. 누구도 자신들이 그어놓은 선 밖으로 나서려 하지 않았다. 가장 친근하게 기대고 살아갈 줄 알았던 상대편들도 그 선 밖에 내어놓은채 말이다.

“……”
리 제독은 대답 대신 머쓱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젊은 날, 전투기술보다는 수사학(修辭學)만 배웠나 싶을 정도로 현란한 전공자랑에 들뜬 동료장군들과는 달리 리 제독은 어쩌다 언론의 인터뷰나 공식발표석상에 나설때면 특유의 어눌함으로 생각지도 못한 웃음을 불러오는 사람이었다. 더듬 더음 겨우겨우 발표하는 그의 연설이나 발표를 듣다보면 어떤 이들은 “우주 역사상 가장 떨리는 롤러 코스터”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리 제독은 점점어(點點語)라는 새로운 언어의 개척자”라는 우스개 소리를 내놓을 정도였다.
“이걸 함께 전해주십시오.”
부의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리 제독은 작은 액자를 내밀며 말한다.
작은 액자에는 조그만 사진과 흰 바탕의 종이에 검은 잉크로 쓴 시 비슷한 글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글의 내용을 부는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백학

나는 이따금씩 다음과 같이 생각되곤 한다.
피비린내 나는 들판에서 돌아오지 않은 병사들이
언젠가 우리 조국 땅에 묻히지 않고,
백학으로 변해버렸다고.

그들이 저 아득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날아다니며 우리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자주 그리고 슬프게
말을 잊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때가 오면, 백학의 무리와 함께
나도 저 회청색 안개 속으로 흘러가리라,
하늘 아래 새처럼, 지상에 두고 온 당신들 모두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며

작가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에는 리 제독의 사인으로 “S,J. 베아트리체에게”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사진은 누구죠?"
사진을 바라보며 부가 물었다. 그러니 리 제독은 다시 한번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진 속에는 두 명의 메딕이 헬멧을 벗은 얼굴을 맞대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계란형의 갸름하면서도 자그마한 얼굴은 분명 베아트리체 여사의 지난 젊은 시절의 모습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 명은 부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검은 긴 머리를 말아올린듯한 스타일, 크고 빛나는 검은 눈, 활짝 웃고 있지만 그 끝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매달린 입 꼬리.

사진의 한쪽 끝에는 “2014. 5. 16. vertigo행성”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지그문트 성역 대회전은 2014년 4월 말에 시작되어 6월 초에 끝난 전투였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출연

세바스찬-후안 베아트리체: TrueLuv님 ㅇ0ㅇ;;;;
부 다빈: 김창선 해설위원-_-;;;;
케네스: 물빛노을님(하도 닉 네임 갖고 장난쳐서 죄송해요 ㅠ_ㅠ)
리 제독: 보나마나 미나리-_-;;;;;          
카트린느: 보리(아역배우) ㅇ0ㅇ;;;;;

원작: 은하영웅전설
각색/각본/편집/연출: 몽패랜덤
제작: 구슬게임넷
            
Ending song: 김장훈-혼잣말

혼잣말

추억이 소중한 이유 흐름 속에 머물러 있다는것
수줍게 두손을 잡던 너와 나를 만날수 있다는것
하지만 아무리 그리워도 두 번 다시 그때로 돌아갈수 없기에
조금 더 잘 해주지 못하고 울리던 일들만 마음에 남아  이젠 내가 눈물이 날까
아직 내 맘속엔 하루에도 천번씩 만번씩 니가 다녀가  잊어도 잊어도 눈물이 흐를 너인데

친구도 될수없는 너 둘이 되어 흘러가는 구름처럼
괜찮아 말하며 혼자 더 슬퍼져 죽을만큼 힘들어
혹시나 어리석은 마음에 니 편지도 사진도 버리지못하는 나
그동안 너무 고마웠다고 전하지 못한말 혼자 되뇌며 눈물속에 널 보냈지만
아직 내 맘속엔 하루에도 천번씩 만번씩 니가 다녀가 잊어도 잊어도 눈물이 흐를 너인데

* 몽패랜덤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9-18 20:41)

04-09-12 14:44:23
  [淚]     04-09-12  
 너무 재미있어요 !!!!

베아트리체가 럽님이라는 건 금방 알아봤고, 물빛노을님도 알아봤는데
부 다빈이 김창선해설일줄은-0-; (카트린느가 보리 라는 것이 더욱 놀랍다-_-)

그리고 그 사진 속 다른 인물은 메딕님? 맞죠? +_+
다음편 빨리 올려주세요 ~(+_+)~  
  *TrueLuv*     04-09-12  
 +_+ 아~ 드디어 몽패님 소설에 출연하게 되다니..
다음 편 느무느무 기대되요!!
이미 백발인데.. 나이 먹었다고.. 저 금방 죽여버리는 건.. 아니겠죠?
그럼 몽패님 미웡~!! ^^;;;  
  리로디드     04-09-12  
 또 다시 시작되는 몽 감독님의 대 서사시!!
앞으로 출연하실 분들이 벌써 기대됩니다.
럽님은 이번 출연이 처음이세요? ㅎㅎㅎ
데뷔를 축하하삼.  
  파란마녀     04-09-12  
 +_+/ 오오오오!!!멋져요~ (특히나 은영전을... ㅠㅠ) -_-b  
  SujinBBa     04-09-13  
 우와 너무 재밌어용 +_+ 계속 올려주실꺼죠?  
  VIVID     04-09-13  
 은하영웅전설을 봤다면 훨씬 더 재밌게 볼수 있었을텐데..아쉽3.ㅠ.ㅠ
그래도 역시 재밌군요.
부 다빈의 이름도 재밌고... 나다 리 제독이 점점어의 개척자라는 사실도..ㅎㅎ

사진속에 메딕은 누구일까요?+_+ 기대됩니다.  
  phoenix     04-09-13  
 너무 재미있습니다. ^^;;;;
빨리 빨리 올려주세요.. >_<  
  finethanx     04-09-13  
 읽으면서 점점 집중.....(사실 리제독 나올때부터 집중 안 할수가 없었음;;;)
너무 재미있네요~+_+

근데...'마리나'가 '미나리'로 보인 사람은 없나요? -_-;
프리미어때도 벡스코 근처에 있는 '마리나주유소'를 '미나리주유소'로 봤는데..친숙한 단어가!! ㅎㅎ  
  거짓말     04-09-14  
 몽패님은 대체 이런 재치있는 글빨이 어디서 나오시는 거죠?
님하 진정 부럽. +_+  
  꽃단장메딕     04-09-14  
 아...마리나가 미나리였나요?
트루럽님 윤얄이에게 다시 애정공세를 펼쳐주세요!!!
(이러다 oo 한테 꾸지람 들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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