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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퍽퍽!! 드라마 파르르르~~] 마리나MARINA-Medic's Story(3)
3. BEFORE THE DAWN

.....2014년 4월 말부터 6월초까지, 정확히는 4월 29일부터 6월 4일까지 벌어졌던 지그문트 성역 대회전. 본래는 자유행성연맹측 3개 함대 2.400만 명이 가름, 레비아탄, 켈베로스라는 3개 저그 부르드의 말살을 목적으로 투입된 소탕전이었다. 그러나 5월 17일, 안티가 부족이으로 추정되는 프로토스 2개 함대가 지그문트 성역에 침입, 지그문트 성역의 심장부에 해당되는 비프로스트, 아방가르드, 포비든 존, 감마 가우온 행성으로 구성된 파나소닉 행성계를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대혈전을 벌였다. 당시 자유행성연맹 함대는 더글라스 원수 아래 리, 페이차, 구라사키등 3인의 제독이 집단지도체제와 분담 전투 활동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지그문트 성역 대회전은 2천 400만의 투입 병력중 800만명만이 생환한 처절한 인명피해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의 커다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나는 그때까지 그저 차세대 트로이카 중 한명으로만 거론되던 리 제독의 뛰어난 용병술과 전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 다른 하나는-사실, 이것은 이 처참한 전투의 유일한 청량제였다- 베아트리체를 중심으로 한, 그간 비 전투요원으로 후방지원이나 소규모 지역전투에만 투입되던 메딕 부대의 효용성이 입증되었다는 점이다.
   - 부 다빈『역사서는 항상 진실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에서

“1,600만의 희생을 슬퍼하기보다 800만의 생환을 기뻐해야 한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 자유행성연맹의 2.5.6함대는 역사에서 사라졌을 것이기에......”
  2014년 7월 17일 지그문트 성역 승전기념식장에서 연맹의회총의장 페리클레스가 행한 전몰장병추도사의 한 부분.

                               Ⅰ

배럭 건물의 안팎은 전투를 앞둔 전투요원들의 무기정비로 시끌벅적거렸다. 그러나 지난날, 재사회화 과정이라는 혹독한 과정을 거쳐 자아를 잃어버리고 살상에만 광분하던 마린들이 뿜어내던 광기나 살의, 그리고 난잡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그들은 적법한 과정의 징병과 약간의 자원 과정을 거쳐 일정기간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건장한, 그리고 건전한 사회의 일원들로 구성된 부대원들이었다.
그들은 묵묵히, 때로는 주변의 전우들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기존의 8㎜ C-14 가우스 임페일러 소총의 개량형인 7.44㎜ D-2 블레이즈 머신 건(탄알 크기를 줄인 대신 고강도 탄두를 사용함으로 전투시 살상력을 증가시킨)을 정비하고 있었다. 탈수 식량에 살균 미네랄 워터를 부어 취식 중인 병사들도 있었다.
상사들은 각 분대, 소대별로 올라오는 물자요구에 바삐 움직이는 SCV의 머리 위로 일장 호통을 떨어뜨리기 일쑤였고, 배럭과 서플라이 디팟 사이를 수십기의 SCV들이 바삐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부대원들의 사기는 어떻습니까?”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하자마자 실전에 투입된 킨슬러 소위는 하사관 경력 20년을 자랑하는ꡐ고정말뚝ꡑ차오 중사에게 긴장된 얼굴을 감추지 않으며 질문했다.
“아직 전투를 시작 안했으니 모르지요......한 두어 번 저글링에게 찢기거나 히드라에게 쏘여봐야 쓸만한 놈, 돌아가실 놈들이 구별이 올 것 같습니다.”
악의 섞인 농담이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긴장한 자신을 풀어주려는 의도이리라. 킨슬러 소위는 차오 중사의 의중을 알아채고 쑥스럽게 웃었다. 44살의 차오 중사와 이제 스물 둘의 킨슬러 소위. 부자지간이 어울릴 것 같은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전장이었고, 또한 부대 내였다.
킨슬러 소위는 자신 앞에 펼쳐진 입체전황지도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앞서 선발대가 투입한 고스트 부대원들이 행성 이곳 저곳을 탐색하면서 얻은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입체 전황지도에 전송하고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구형의 입체영상으로만 머물러 있었지만, 이제 이곳  저곳의 지형들이 3D 그래픽으로 재구성되고 있었다.
자신의 평생 기억될 생애 첫 전투라는 생각이 소위의 체내에 급격히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고 있었다.
“중대장님께서는 우리 샤프슈터 소대에게 11시 지역, 그러니까 그라운드 제로 지역으로 명명한 곳의 탐사와 진지구축을 명하셨습니다. 출발시각은 내일 새벽 5시, 지원부대는 시즈탱크 3기와, 척후 고스트 두 명, 그리고 메딕 1개 분대입니다.”
차오 중사의 이마에 주름살이 잡혔다. 내심 탐색과 진지구축에 투입시키는 병력치고는 지원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진지를 구축하고 거점을 확보하면 추가지원부대를 조속히 투입시키겠다는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그렇습니까. 차오 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여전히 개운치 않은 무언가가 자꾸 그의 단련된 육감을 건드리고 있었다.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었다.

  “여기가 샤프슈터 소대입니까?”
  남자들의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들려서일까? 그리 크지 않은 나지막한 목소리였지만 살짝 비음이 섞은 메조 소프라노톤의 목소리에 킨슬러 소위와 차오 중사는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장갑 구호복을 입은, 헬멧을 벗어 한 손에 들고 있는, 블론드의 여인이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서 있었다.
“제가 샤프슈터 소대장인 소위 킨슬러입니다만.......(삐질;;;;;)”
정확한 경례자세를 취하며 메딕이 입을 열었다.
“신고합니다. 상병 에반젤린 이하 메딕 7분대 6인은 오늘부로 샤프슈터 중대 지원임무를 명 받아 왔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에반...젤린 상병?”
“네...소위님.”
“음....오시느라 수고하셨소. 출발시각은 내일 새벽 다섯 시입니다. 먼저 홀릭 1분대장에게 임무 브리핑을 받으시오.”
“알겠습니다.”
재차 경례를 하고 에반젤린은 몸을 돌려 밖으로 사라졌다. 곁에 있던 미네랄 워터병을 집어들며 차오 중사가 중얼거렸다.
“도움이 될른지 짐짝이 될른지.....”
킨슬러 소위는 그저 피식 웃는 시늉만을 보였다.

                                ♠♠♠

  메가토리움 배틀크루저(배틀크루저 함대의 기함-일반 배틀 크루저의 3배의 크기, 15배의 공격력을 보유)가 배틀크루저와 레이스, 발키리 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느릿느릿 전진하고 있다.
RED-NADA. 붉은 빛의 부대마크가 선명하다. 올해 초, 제독으로 승진한 스물 다섯 살의 청년 제독 리 보노의 기함이다. 어린 시절 이름 때문에 “보노보노야 보노보노야”라는 놀림을 당했던 기억 탓인지 리 제독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워지는 것을 무척이나 부끄러워했다. 때문에 부대 내에서는 누구도 리 제독에게 보노 제독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리 제독, 아니면 나다 제독이라고 불리워지는 것이 이 레드-나다 함대의 불문율이었다.

사령관실은 간소했다, 사무를 볼 수 있는 테이블과, 테이블 위에 놓인 무선전파 송수신기, 영상 전송기. 그리고 벽에 붙은 지그문트 성역 성계도가 전부였다.
‘전략회의는 열린 공간에서, 전술 창조는 골방에서’
리 제독이 부하들에게 줄곧 강조하는 사항이었다. 어떤 전략의 가닥이 잡히기까지는 어떠한 독단이나 오판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와 토의가 필요하다. 다만 일단 전략의 방침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모든 책임은 전술을 실시할 총책임자에게 주어진다. 그렇기에 총책임자는 전술을 시도하기 바로 직전까지 재삼재사, 모든 방향의 가능성을 체크하고 진행상황을 읽어내야 한다. 그것은 잔인할지도 모르지만 혼자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리 제독은 언제나 많은 의견을 듣기를 원했다. 그만큼 자신의 결정이 보다 정답에 가까워지리라 믿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더욱 군대 수뇌부에게 경원 당하는지도 몰랐다, 군이라는 조직 생리상, 상명하복에 익숙한, 명령하는 편안함에 길이 든 장군들은 리 제독의 행동을 군 수뇌부의 체신을 깎아먹는 행동이라고 폄하했다. 또한 언제나 군부와 동행과 경쟁을 반복하는 정치인들은 리  제독의 행동을 벌써부터 민심을 얻으려는 군부정치세력의 획책이라고 색안경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러나 리 제독은 이제 스물 다섯의 청년이었다. 체신머리니 민심을 얻는다느니 하는 노회한 속셈 같은 것을 그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승리를 원할 뿐이었다. 그것이 자유행성연맹이 설립하면서 외친 “평등, 자유, 책임”을 우주에 전파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지금 지그문트 성역의 대회전에 임하면서도 그것은 한결같았다, 아니, 변할 수 없는 그의 신념이었다. 그리고 승리를 향한 일념으로 일초가 멀다하고 쏟아져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의 뇌리는 옥석을 재빠르게 가려내고 적절히 조합하여, 하나의 흐름을 얻어내고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제독 각하.”
헛기침으로 인기척을 알리며 아이린 소령이 들어섰다. 정보 수집과 분석에 관한한, 여군 제일의, 아니 전군 최고의 실력자라는 평을 듣는 정보전의 귀재이자 리 제독의 수석부관인 여성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계급 상으로는 아래였지만, 서른 두 살인 아이린에게 리 제독은 꼬박꼬박 존대어를 사용했다(이것마저도 지휘계통의 혼란을 불러온다고 트집 잡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리 제독은 제독대로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언제나 옅은 미소를 떠올리고 다니는, 편하고 차분한 인상의 아이린이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얼굴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마주 보는 리 제독도 같이 얼굴이 굳어질만큼.
“방금 지그문트 성역 외부지역을 담당하던 238 분견대 측에서 보내온 전송자료입니다.”
몇 장의 방금 인화되어 아직도 스캐너의 열기가 남아있는 사진을 아이린 소령은 리 제독에게 건네주었다. 받아든 사진을 들여다보던 리 제독의 얼굴에 놀라움이 피어올랐다.
“이....이것은?”
아이린 소령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빠른 어조로 입을 열었다.
“예...각하, 그들은 프로토스 전함대입니다. 약 2개 함대 규모라고 알려왔지만 더 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미 238 분견대를 비롯한 3개 첩보부대의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수집된 정보에 따르면 그들의 목적지는......”
“역시 그곳이었군요......”
리 제독의 얼굴에 낭패감이 떠오른다.
  이건 저그와 우리 자유행성연맹의 대결입니다. 프로토스 부족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보는데요.....설령 개입한다고 하더라도 그들 역시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대규모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봅니다.
이웃 성역에 존재하고 있는 프로토스 부족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자신의 제안에 비웃음과 콧방귀, 그리고 신랄한 어조로 부당성을 논단하던 원수부 참모장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은 이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솔직히 고소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적인 감정의 호오를 따질 겨를이 아니었다, 자칫하다간 2.400만 전장병이 이 지그문트 성역에서 합동장례식을 치를 형국이었다.
"지금 즉시 비프로스트 행성으로 방향을 돌립시다.“
리 제독의 말에 아이린 소령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리 제독의 임무는 가름 부르드를 소탕하려다 고전 중인 구라사키 중장의 부대를 지원하러 가야 하는 것이었다. 이는 더글라스 원수가 직접 리 제독을 호출해 전달한 명령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리 제독의 명령에 따르면, 그들은 원수의. 원정군 총사령관의 지시에 항명하는 셈이 되는 것이었다.
“어서요! 2,400만이 죽어나가는 것보다는 저 혼자 예편당하는 것이 훨씬 행복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이린 소령은 경례를 하고 돌아서서 사령관실을 빠져나왔다. 문을 닫고 돌아서며 아이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고 고된 길만을 골라 디디는 상관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리 제독이다....지금 나다 함대는 비프로스트 행성으로 방향을 바꾼다.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니 모두들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반복한다. 이번 전투는 이 지그문트 성역 작전의 성패를 가늠할지도 모르는 중요한 전투이다. 자신의 생명보다는 나중에 태어나 살아갈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개방된 통신망을 통해 리 제독의 명령은 나다 함대에 전파되었다. 서서히 함대의 뱃머리들이 비프로스트 행성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Ⅱ

비프로스트 행성의 새벽.
트와일라잇이라는 독특한 토양 탓에 자유행성연맹의 수목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괴한 풍광이 여명을 받아 더욱 을씨년스러움을 더해주는 시간이다.
아직은 짙은 어둠을 뚫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1개 소대의 병력, 그리고 예닐곱의 메딕. 그리고 캐터필터에 특수고무를 장착해 소음을 감소시킨 아크라이트 시즈 탱크 2기가 조용히 이동하고 있다.
전위에 선 킨슬러 소위는 이따금씩 적외선 망원경을 통해 주변을 점검하고, 위/경도 분석기를 통해 정확한 현 위치를 수시로 중대지휘본부에 연락하면서 느릿하지만 꾸준히 앞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후방은 차오 중사와 4분대장 엘리아스 하사가 혹 있을지도 모르는 적들의 습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에반젤린 상병을 필두로 한 메딕 분대는 마린과 파이어벳 사병들 사이사이에 끼어 언제든지 위급 상황시 효율적인 치료를 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십 분간 휴식한다. 2분대는 사주경계를 하도록.....”
주변의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정상에 올라서자 킨슬러 소위는 부대에게 휴식을 명한다. 사주경계 임무를 맡은 2 분대원들의 얼굴에는 잠깐 언짢은 기색이 스쳤으나 전시상황임을 알기에 별 다른 투덜거림 없이 경계태세를 갖춘다.
나머지 소대원들은 수통에 담은 미네랄 워터를 마시거나 고칼로리 비스킷을 씹으며 소진된 체력을 회복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거 드셔보실래요?”
헬멧을 벗고 이마에 어린 땀을 닦아내는 에반젤린에게 홀릭 분대장이 다가와 피스타치오칩  초코바를 내민다. 특별식으로나 나오는 귀중품으로, 규정된 식사 외에 별다른 식도락거리가 없는 일반사병들에겐 인기품목 가운데 하나였다.
“감사합니다.”
잠시, 홀릭 분대장의 넙데^_________________^데한 얼굴을 바라보던 에반젤린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내민 초코바를 받아든다.  그러나 본인이 먹으려하지 않고 일어나 다른 구석에 앉아있는 유독 왜소한 메딕에게 다가간다.
“마리나 이병...”
마리나라고 불리운 메딕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일어선다. 얼른 보기에는 열 여섯 정도밖에 안 보이는 작고 앳된 얼굴이다. 하지만 메딕 간호병은 19세 이상의 성인여성만이 지원가능한 곳이었다.
“이거 먹고 힘내^^”
에반젤린이 싱긋 웃으면서 초코바를 건네주자 창백하던 마리나의 얼굴이 한순간에 붉게 달아오른다. 눈가마저도 발개지는 것 같다. 조금 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두 손으로 조심조심  초코바를 베어 무는 마리나의 모습을 에반젤린 이하 다른 메딕 분대원들이 조금은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굳이 메딕 간호병을 자원해서 이 험한 곳까지 와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툭 내던지는 듯한 말투에 에반젤린은 고개를 돌렸다. 처음에 왔을 때부터 달갑잖은 시선으로 자신을 비롯한 메딕 분대원들을 바라보던 3분대장 키치너 병장이다.
“당신들도 자원해서 오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약해보여선 안 된다. 에반젤린은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처음부터 소모품의 개념이었지만 그래도 희생이 큰 마린과 파이어뱃의 생존률을 상승시키기 위해 긴급 창설된 간호병 부대. 여성에게도 전투 참여를 강요한다는 비판론이 있었지만, 구급분야에 관한한 여성의 능력이 남성을 앞선다는 과학적인 통계치 앞에 설득력을 잃어야 했다.
그러나 메딕은 언제나 마린 파이어뱃에겐 또 다른 부담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치료능력으로 생존률을 높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자체공격능력은 물론 방어능력이 없는 메딕의 존재는 때로는 걸리적거리는 방해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때가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급박한 전장상황 속에서 메딕들을 마린이나 파이어뱃이 무단으로 사살하는 군기반역 사건들이 발생할 때도 있었다. 필요하지만, 걸리적거리는 존재. 불편한 공생관계.
교과서와는 다른 세상이야. 여기서 물러나면 계속 힘들어진다. 에반젤린은 다시 한번 아랫배에 힘을 불어넣었다.
“호오.....”
키치너 병장의 눈썹이 심하게 일그러진다. 홀릭 분대장이 심상찮은 기색을 느끼고 일어서려는 순간,
“휴식 끝, 이동한다.”
킨슬러 소위의 단단한 음성이 주변을 울린다. 홀릭과 키치너의 눈빛이 잠시 교차하지만 이내 서로를 외면한다. 일그러진 채 좀처럼 펴지지 않는 키치너의 눈썹과 입술, 그러나 차오 중사의 날카로운 눈빛을 의식한 듯 키치너 역시 몸을 돌려버린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쿠에엑!!
“조심해!!!”
킨슬러 소위의 함성과 동시에 바위틈에서 무언가가 펄쩍 키치너를 향해 뛰어오른다. 그리고 너무도 급박한 상황이라 미처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 키치너를 덮쳐버린다.
카르륵!!
하지만 키치너를 덮친 정체불명의 생명체는 이내 기세를 잃고 옆으로 쓰러져 버린다. 뭐야? 키치너가 몸을 일으켜 자신을 덮친 것에게 사격을 가하려는 순간,
“안 돼요!!!”
메딕 한 명이 키치너와 쓰러진 생명체 사이에 파고든다. 마리나, 마리나 이병이다.
“뭐야! 이 계집은?”
키치너는 그대로 위협사격 식으로 마리나의 주변에 흙먼지를 일으키게 한다. 흙먼지가 일어날때마다 움찔움찔하며 눈을 감아버리는 마리나. 그러나 두 손으로 옆으로 길게 누운 정체불명-아니, 방갈라스(표범과 비슷한 우주생물, 그러나 성격은 온순한 편)를 필사적으로 끌어안는다.
“죽이지 말아요! 죽이지 말아요!”
부들부들 떨만큼 무서워하면서도 몸으로 방갈라스를 키치너의 총구로부터 막고 있는 마리나의 모습에 대부분의 사병들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는다. 메딕 분대원들이 마리나의 곁으로 다가간다.
“지금 뭐하는 행동이죠?”
에반젤린의 목소리에 시퍼렇게 날이 서있다. 그러나 키치너 역시 비웃는 표정을 바꿀 기색은 아니다.
“이건 군법회의 고발사항입니다. 작전 수행 후 복귀하는 대로 조치하겠습니다.”
“뭐라구?”
키치너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느닷없이 총구를 이번에는 에반젤린에게 향한다.
“네 년이 대신 총알받이가 되려는거냐?”
“쏠테면 쏴 바라 이 겁쟁이 자식아!!”
에반젤린이 고함을 치며 한걸음 앞으로 내디딘다, 반사적으로 한발짝 물러난 키치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여전히 총구는 에반젤린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
“적들을 쏘라고 준 총알을, 우리 편에게 쏘다니.....네가 그러고도 군인이냐?”
“이게 정말 죽으려고!”
발끈한 키치너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퍽!
둔탁한 타격음이 들리고 키치너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뜬 에반젤린의 시야에 헬멧을 손에 들고 있는 엘리아스 하사의 모습이 들어선다.
“재미있는 친구군, 내 헬멧이 스스로 헤딩을 하다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의 헬멧에 혹 구멍이라도 나지 않았는가 살펴보더니 이내 헬멧을 착용하고 천천히 에반젤린에게 다가간다.
다가오는 엘리아스를 노려보는 에반젤린, 그러나 엘리아스는 그대로 에반젤린을 스쳐가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모든 일이 법대로만 해결된다면 전쟁 따위는 없었을 거요, 키치너나 당신이나 이렇게 큰 소리낼 일도 아닐 것이고......”
엘리아스는 그대로 여전히 방갈라스를 안고 있는 마리나에게 다가간다. 아직도 눈을 질끈 감은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마리나. 그러나 덜덜 떨면서도 두 손은 여전히 방갈라스의 몸을 끌어안고 있다.
“잡는 법이 틀렸다.”
엘리아스의 목소리에 그제야 마리나는 눈을 뜬다. 한참을 올려보아야 하는 198㎝ 거구인 자신을 올려보는 마리나의 눈을 엘리아스는 굳은 얼굴로 바라본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빙긋 웃으며
“힐 기능을 사용하려면 그런 식으로 환자를 다루면 안 되지^^”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마리나의 손을 잡아 거친 호흡을 내뱉는 방갈라스에게 올려놓는다.
“이 녀석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디가 아픈가를 알아내야겠지”
“네.....”
젖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마리나.
“눈을 감아봐, 그리고 네 호흡과 방갈라스, 아니 환자의 호흡을 일치시켜라, 일반 호흡과 지금 아파하는 이 방갈라스의 호흡의 차이를 몸으로 느껴봐, 그러면,... 이 녀석이 어디를 아파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마리나. 잠시, 시간이 흐른 뒤에 이번에는 한결 환해진 얼굴로 마리나가 입을 연다.
“알았어요....지금 이 방갈라스는 뒷다리 근육을 다쳤을 뿐이에요.. 다행이에요.....큰 병이 아니라서......”
뭐가 좋은지 이번에는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다친 뒷다리 부위에 HEAL기능을 작동시키는 마리나의 모습을, 담담한 표정의 엘리아스와 조금은 착잡한 표정의 에반젤린이 바라본다.
킨슬러 소위와 차오 중사를 비롯한 샤프슈터 소대원들은 조금은 난감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것은 조금은 기묘한 평화의 풍경이었다.

(4부에서 계속됩니다)

Ending Song

눈물내리는 날 (비) -조 트리오

또 날 위해 온 거니 니가 날 안아줄 땐
날 대신 울어주는 니가 고마웠었는데

몰랐어 니가 내려올 때 아픔이 자란단 걸
반갑게 너를 맞을 때면 함께한 눈물을 제발

*한번만 도와줘 잘라낸 그리움 가슴 안에서 조금씩 자라
어느새 눈물이 입술을 적셔와 또 한번 그때 그 날로 나를*

늘 기도해 잊혀지길 안 되는 걸 안 되는 걸

출연

아이린 소령: 꽃단장 메딕님 ㅇ0ㅇ;;;
킨슬러 소위: 로그너님-_-v;;;;
차오 중사: 구름베슬 교주, 혹은 뇽호 얼인이;;;;
1분대장 홀릭: 홀릭양(__*)
2분대장: (휴가중)
3분대장 키치너: 강동원(캬캬캬캬캬캬!!! 사악 사악-_-v;;;;;)
4분대장 엘리아스: 지나가는 비님
에반젤린 상병: finethanx님
마리나: 누굴까요?-_-v;;;;;;
더글라스 원수: 더글라스 맥아더
구라사키 중장: 초난강-_-;;;;;

기획: 정지현/해원
제작: 구슬게임넷
원작: 은하영웅전설
각색/각본/연출: 몽패랜덤
조연출: 몽조리패하는란돔

* 몽패랜덤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9-18 20:41)

04-09-15 08:04:55
  낡은운동화     04-09-15  
 오호~~선 리플...
저도 일등 리플러가 되고 싶었어요~~관심받고 싶었어..--++

ㅋㅋ 근데 아주 많은 등장인물이..
도대체 세계명작 동화마져도 주인공 딱 한명의 이름도 잘 못외우는
저로서는 우선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는게~~~
급선무인듯 하네요..@@  
  파란마녀     04-09-15  
 몽패님+_+ 속도 좋습니다.. 호호 이대로~ 쭉~~~!!  
  phoenix     04-09-15  
 구라사키 중장의 캐스팅된 인물을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저도 파마님 말씀처럼 몽패님의 속도!! 원츄!!  
  꽃단장메딕     04-09-15  
 컥...출연시켜주셔서 감사...
가문의 영광으로 알고 간직하겠습니다...-_-bb
구슬의 숨은 윤빠가 전원 출연하는 그날까지!!!

앗! 몽패님 쵝오~♡♥♡  
  [淚]     04-09-15  
 전 언제 출연시켜 주실겁니까!!! 지나가는 역이라도 좋고 (라고 하니, 문득 비님이..-_-)
악역도 대환영 +ㅁ+  
  Alphard     04-09-16  
 우와....+_+ 진짜 존경스러워요

하핫 중간에 리 보노에서 웃고 마지막에 초난강;;에서도...^ ^
재밌어요 재밌어요~  
  finethanx     04-09-16  
 진짜....재밌어요. -_-bbbbbb
이런 게 머릿속에서 그려진단 말입니까?

에반젤린 상병이라....어쩐지 키치너를 한 방 갈겨주고 싶더라니..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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