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몽패랜덤 
  http://www.goosll.com
  종극연생마인전(終極嚥生魔人傳) 최종회 PART1
지난 줄거리: 마침내 4강쟁패전이 시작되고 주라이 성준은 뜻밖에 쾌조의 2연승을 올리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필살기를 견뎌낸 연생마인의 반격이 시작되고 이불개이의 음모는 서서히 그 마수를 드러내는데.....

9. 작렬(炸裂)! 연생마인계!!!!(嚥生魔人癸)

연성은 피투성이로 더욱 악귀 같아 보이는 눈을 부릅뜨고 자리에 앉아있다. 수하들이 벌벌 떨며 그의 곁에 다가가 피에 젖은 옷을 벗기려 하지만 그때마다 연성의 무자비한 주먹질에 코가 내려앉거나 이빨이 내려앉거나 하는 통에 이제는 누구도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
오직 이불개이만이 이제는 환하게 개인 웃음을 머금으며 그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를 빠드득 갈면서 분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던 연성은 홀연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아까까지의 거센 노기는 사라지고 이제는 고요한 그렇지만 괴괴한 침묵속에 음산하게 무언가가 미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약이 부족하다.......”
돌연 연성의 입이 열린다. 그러나 요황의 재래, 라는 칭송을 받던, 혹은 적군들을 혼란시키는 이간지계로도 쓰였던 연성 본연의 목소리가 아니다. 지금의 목소리는 훨씬 음험하고 진한 피냄새를 담고 있다.
이불개이는 입술 끝을 잔인하게 말아올리며 웃는다.
“이제야 주라이를 참할 마음이 생겼는가?”
“무....아,...아니...그....그럴......”
연생마인의 흉성(凶聲)과 연성의 본래 목소리가 교차한다. 이불개이는 이번엔 눈썹을 찌푸리며 일갈한다.
“최연성!!! 내가 필요한 것은 너의 무공과 튼튼한 육체뿐.....고작 여인네 때문에 요황의 밑에 있기를 자처하는 연약한 네 심성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품에서 대침을 꺼낸다, 그 침의 끝에는 푸르딩딩한, 무언가 사악한 기운이 머물고 있다.
“구침지희(九針之嬉-아홉개의 바늘로 하는 놀이, 화타와 편작의 후예들이 서로의 의술을 놓고 기량의 우열을 겨룰 때 쓰인 비술, 각기 다른 길이의 아홉 개의 침을 살아있는 닭의 몸통에 찔러넣어 죽이지 않고 몇 개까지 꽃을수 있는 가를 겨루는 내기-소설 동의보감 참조)!!!!”
이어 참, 원, 시, 봉, 지, 원리, 호, 대침이 차례로 연성의 몸에 무자비하게 꽂혀진다. 아홉 개의 침을 받아들이는 순간, 연성의 눈이 떠진다. 푸르른, 그리고 강렬한 눈빛이 동자를 뒤덮고 있다.

성준이 대기소에 들어서자 피오애수 문하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그를 맞아들인다. 문준희와 박정길은 얼굴 가득 파안대소를 하며 그를 힘껏 껴안는다. 연 사매 역시 무섭게 노려보다가(눈에 힘주고;;;;;;) 부서져라 성준을 끌어안는다.

“겨울이 아니라고 무시하는 거지!!!!!”
사람들의 환영에도 성준이 심상한 반응을 보이자 머쓱해진 연 사매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온통 웃고 들뜬 피오애수 문하생들 가운데 주라이 본인만 탈진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포옹과 격려가 끝나자 의자에 털썩 앉아버린다.
“으윽!!”
성준은 사지를 덮어누르는 격렬한 고통을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불과 하룻밤의 짧은 시간에, 체력과 정신력의 극한을 수렴하는 수련, 그리고 기력을 회복할 겨를도 없이 시작된 시합이 그의 몸에 주는 부담감이라는 것은 상당한 것이었다. 여기에 아비타 경공술이나 얼노우 폭풍등 결정타를 노린 일격필살의 비급만을 사용했기에 그의 몸이 망가지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할 정도였다.
“어디 안 좋은 건가?”
신지 임정호 사형이 걱정스레 다가오며 묻는다. 마직홀(魔職惚-마인이 벼슬을 주고 황홀해할만큼 마력의 뛰어난) 저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기(技)보다는 기(氣)를 중요시하는 그이기에 성준의 몸의 이상을 누구보다도 빨리 알아챈 듯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비공을 마구 시전했으니 몸이 탈날 수밖에....”
성준이 땀에 젖은 얼굴로 머쓱한 미소를 짓자. 임정호 사형은 인상을 찌푸리며 질책하면서도 어느틈엔가 신의 손바닥이라는 뜻을 지닌 신지 사형답게 성준의 경혈 이곳 저곳을 찌르며 빠른 피로회복과 기공의 회복을 돕는다.
“감사합니다 사형...”
“이렇게 네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연성, 그 자가 그리 강하더란 말이더냐......”
기가 차다는 듯 임정호 사형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경혈이 짚이는 곳마다 주라이의 근육이며 뼈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지금까지라도 버틴 것이 용할 정도였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불쑥 끼어들어....”
요황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지훈의 입술을 비죽 내민 얼굴이 성준의 눈에 들어선다.
“솔직히 네놈을 욕하고 싶지만.....관두자.....”
드러나게 창백해진 성준의 얼굴이 땀에 번들거리는 것을 보자 지훈은 피식 김빠지는 소리를 내뱉는다. 요황이 마른 아랫입술을 축이며 다가온다.
“그만두어라......”
진지한 그의 눈빛은 농담이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넌 정말 잘했다....누구도 연생마인을 그렇게 몰아친 사람은 없었다.”
연생마인? 누구보다도 마도에 정통한 임정호 사형의 얼굴에 먼저 경련이 일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놀라움과 경악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저보고 단념하라는 말씀입니까?”
얼굴엔 피로와 고통이 깊게 새겨져 있었지만 눈빛은 아직도 불퇴전의 의사가 굳게 담겨져 있었다.
“화랑 관창의 임전무퇴는 신라에겐 화랑도의 현신이었지만 계백에겐 한 소년의 죽음에 불과했다......”
“그러나 관창 때문에 결국 계백과 백제는 멸망했습니다.‘
“어차피 관창이 아니어도 망할 백제였다....”
“좀....두 분 대화가 거시기허요......”
잠시 대화가 끊기고 그 어색함을 물리치고자 요황은 주위를 둘러본다, 겨울 낭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제발 그들이 늦지 않았기를 요황은 성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만일 그가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연생마인계의 시작을 예고하는 일이었다.
“내...너만은 용서하지 않으리라......”
요황은 이불개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뇌까렸다.

     *****

산사로 가는 길은 꽤 길었다. 아무리 달려도 좁혀지지 않는 듯한 거리가 더욱 성제와 창훈 그리고 보리의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들었다. 성제의 얼굴도 어느 틈엔가 발갛게 열이 올라 있었다.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요?”
보리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그저 천운이 우리와 그 낭자에게 깃들기를 바랄 뿐입니다....”
성제와 창훈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우리가 너무 순진했어. 이불개이가 그런 곳까지 손을 뻗을 줄이야. 어쩌면 정작 목표는 우리가 아니라 그쪽이었을 수도 있어. 우리에게 보낸 것은 그저 소모품들에 불과했을지도. 낭패감에 젖은 내면의 대화가 성제와 창훈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이런!!!”
그들을 맞은 것은 산사의 낮지만 세월의 흐름을 새겨놓은 도량의 청와가 아닌, 불타오르는 연기와 아비규환의 비명 소리들이었다.
“너무 늦었어!!!!”
성제의 탄식과 함께 그들은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그들이 산사의 무너져가는 사천왕상을 피해 들어섰을 때 그들을 맞은 것은 무너져가는 대량전과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스님들과 예불객들의 처참한 신음성뿐이었다. 그리고 겨울 낭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의식의 남아있는 스님의 말에 따르면 한참 예불을 드리고 있을 때 느닷없이 복면을 한 괴한들이 나타나 태원문하 최연성을 암살하려 한 피오애수 문파를 징벌한다면서 마구잡이로 스님들과 예불객들을 덮쳤다고 한다. 그리고 겨울 낭자는 그들에게 끌려갔으며 벌써 시간으로는 반각이 넘은 상태였다.
성제와 창훈은 서로의 얼굴을 아연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보리는 무언가를 곰곰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떠오른 낭패감을 가릴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

휴식 시간이 끝나고 제 3시합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2경기의 흥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수광황혼이 우유(그에겐 막걸리라는;;;;;)를 마시고 극렬한 흥분상태를 다스리려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성준은 이마에 따갑게 느껴지는 태양광을 의식하며 경기장으로 올라서는 계단을 서서히 올라섰다, 상대편에는 이제 본격적으로 연생마인계의 궁극기를 시전할 최연성이 버티고 있을 것이었다. 그쪽은 앞으로 내놓을 패가 무궁무진한데 자신은 이미 가진 좋은 패는 다 내놓은 상황이었다.
“지러 올라간다는 것이 이렇게 비참한 일이었군,”
자조섞인 쓴 웃음을 지으며 성준은 중얼거렸다. 요황의 낭패한 얼굴과 지훈의 조금은 더 뾰루퉁해진 얼굴. 그리고 문하의 사형 사제, 사매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그래도 가장 보고 싶은 얼굴은 따로 있었다. 눈을 감고 걸어도 눈을 뜨고 걸어도 보고 싶은 얼굴.
그러나 사방을 울리는 함성소리가 그의 의식을 전장으로 되돌리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은 연성의 얼굴에는 이젠 어떤 인간적인 표정도 배어있질 않았다. 심지어 내내 떠돌던 비웃음까지도. 그리고 그것이 성준을 더욱 두렵게 했다.
“여기서 기가 꺾이면 될 것도 안 된다. 어차피 가능성은 반반. 사선(死線)이 활로(活路). 선제공격만이 살 길이다.”
성준은 자꾸 꺼져가는 투지를 되살리려 애를 썼다. 이제 연성은 드러내놓고 마기(魔氣)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도 두 판을 이긴 상태니까 어떻게든 버텨내기만 한다면....세판만 안 지면 되잖아....”
정길이 일말의 희망을 바라며 말을 꺼냈으나 누구도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아마 우리는 평생 후회를 하게 될 거야.....”
연 사매가 완연히 감정이 배어든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이 가는 길이 죽으러 가는 길임을 알면서.... 불귀의 길인지를 알면서도...뿐일까? 평생 나에 대한 원망으로 세상을 살아갈 겨울의 얼굴이 눈에 밟히면서도....끝내 저 녀석을 말리지 못한 나는..... 그리고 우리는 평생 저 녀석을 잡지 못한 후회로 살아가겠지....”
연 사매는 돌아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그녀의 굳건한 어깨가 흔들리는 듯도 싶다. 하지만 처음 보는 연 사매의 모습에 당황환 정길과 준희는 이내 시선을 경기장으로 돌려버린다.

“경기 시작!!!!!”
경기개시 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성준은 특유의 경공술로 재빠르게 최연성에게 접근한다.어지간히 무공에 단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그 모습을 잡아내기도 쉽지않을 정도의 환상적인 경공술이었다.
그러나 최연성은 잠시 자신에게 접근하는 성준을 바라보더니 스르르 눈을 감아버린다.
“뭐하는거죠?”
김도형 장로의 목소리가 보기 드물게 높아졌을 때.
  퍽!!
관중들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단 한번의 공격음이었다. 최연성은 원래 있던 자리에 여전히 눈을 감고 서 있었고, 성준의 모습은 경기장에서 보이지 않았다.
“주라이!!!!!”
피오애수 문하생들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성준은 경기장 밖 두 자 아래의 맨 땅에 쓰러져 있었다. 가쁜 호흡을 내쉬는 것으로 보아 숨은 붙어있었지만 의식은 없는 듯 했다.
“두 개다.....시작은 두개 정도면 되겠지?”
연성이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며 소리친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연성의 목소리가 예전의 목소리가 아님을 눈치챈다.
“처음엔 갈빗대 두개....다음엔 오른쪽 발목뼈...그리고....마지막은..... ”
잠시 연성의 몸이 흔들거리는 듯 싶더니 이내 뒤돌아서 경기장을 내려선다. 그제서야 상황을 수습하는 전용준 장로의 고성이 울려퍼진다.
“박성준 장외!!! 장외이기 때문에 우부 최연성이 마침내 일승을 거둡니다. 단 일격필살로 일경기 때의 패배를 갚는군요!! 이로써 경기는 2대1....또 모르게 됩니다!!!!!”

연성이 대기석에 앉자 이불개이 성난 표정으로 다가온다.
“갖고 놀만한가?”
“까불지 마라....내가 너를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나를 죽이면 당분간 약을 구할 수 없을 터인데....”
연성의 눈이 이불개이를 금방이라도 박살낼 듯이 노려본다. 이불개이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자연스런 얼굴로 미소까지 보이며 말한다.
“다섯 번째 경기에선 주라이를 끝장내 버리게 어차피 나도현이나 박정석은 자네에게 한번씩 당했던 자들이기에 그닥 쓸모가 없어....그러나 주라이 저 녀석은 위험하다...저 녀석 뒤엔 요황과 서지훈이 버티고 있다.”
요황이라는 말에 최연성의 이마 힘줄이 푸릇하게 돋는다. 그는 벌떡 일어나 이불개이의 멱살을 잡고 하늘로 들어올린다. 너무도 허무하게 이불개이의 몸은 허공으로 붕 떠오른다.
“내...내 앞에서 임요황의 이름을 한번만 더 꺼내놓으면......”
어느틈엔가 연성의 본래 목소리로 돌아와 있다. 그러나 친근감있는 목소리라기 보다는 거센 노기가 휩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네 사지가 산산조각으로 찢겨져 짐승들의 밥이 될 것이다.”
이불개이가 숨통이 막혀 캑캑거리자 연성은 이불개이를 내던지듯 던져버린다. 바닥에 나가 떨어진 이불개이는 최연성의 뒷모습을 보며 얼굴 가득 비웃음을 내보인다.

10. 등전만리심(燈前萬里心-등전 앞의 마음은 만리를 달리네 /최치원의 사언고시 중 일부)

한달 전.
질로토 무림대회 출전을 위한 도얼 무투회를 앞두고 태원문하는 불안섞인 시선과 희망을 갈구하는 마음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태광배와 구가구락배를 연속 석권하고  제1,2차 수카이(受佧夷-두 종족의 패권을 받는 보물)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오랫동안 무림의 태란황제, 불멸두랍동등으로 명성을 떨쳤던 임요황이 10회 연속 무림대회 출전이라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하늘이 주유와 공명 다음으로 내놓았을 희대의 라이벌 얼노우 홍진호는 지난 도얼 무투회에서 培露吐郞(배로토랑-곱절로 이슬같은 땀을 토하는 사나이)과 竹林隱泫(죽림은현-대나무 숲에 숨은 빛나는 영웅)조정현에게 패하면서 찰린저에 내려가 면벽수도중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이제는 임요황의 차례라는 말을 숨기지 않았으며, 세대교체라는 시대의 변화에 임요황도 결국은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새로운 기록의 달성이라는 도전과 함께 요황은 자신의 건재를 과시해야 한다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었다.

태원 문하의 별채에 자리잡은 내당.
일명 燾璃梧殿(도리오전-거울처럼 밝게 비추는 음을 내는 거문고)이라는 이름이 붙은 별채에는 오늘도 세 가녀인 도리오가 병창하는 비파, 가야금, 거문고 소리가 맑은 하늘에 꽝당 꽝당 울려퍼지고 있었다.
혹독한 수련으로 유명한 태원 문하생들에게 해가 저무는 저녁 서쪽 산자락을 붉게 태우며 내려앉는 노을과 함께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도리오의 비파와 가야금 그리고 거문고 소리는 참으로 달착지근한 휴식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이자 내면의 어지러움을 다시 한번 다잡는 계기였다.
그 도리오전의 정원에 별이 눈을 닦고 기지개를 켤 무렵, 한 그림자가 어리고 있었다.
불 밝힌 방에서 들려오는 도리오의 두런두런거리는 대화와 그림자로 비쳐드는 그네들의 모습을 그 그림자는 한참이고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卉珥粹(훼이수-야생초로 만든 순수한 목걸이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가인, 요황의 또 다른 지지자. 임요황의 초상화로 이름이 높다)님은 또 산사에 들어가셨나요?”
琵緋燾(비비도-붉은 색 비파의 소유자, 아름다운 비파의 소유자답게  연주솜씨도 뛰어나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리로대두(너무나 유명함;;;)와 悟梨頌(오리송- 벽오동과 오얏나무로 만든 뛰어난 거문고의 소유자 역시나 뛰어난 연주를 자랑한다) 두 사람도 애써 웃지만 얼굴은 초조와 불안함으로 그늘이 드리워 있다.
“훼이수님도 건강을 조심하셔야 할텐데 절곡공덕(絶穀貢德)을 올리신 지도 얼마되시지 않으셨는데 또 산행이라니”
리로대두 역시 한숨을 내쉬며 유리이슬처럼 빚이 나는 가야금의 현을 어루만진다. 슬몃 만지는데도 현 위에서 꽃이 피고 바람이 노래한다.
“또 한 곡조 타볼까요?”
오리송이 거문고의 조율을 마치고 조금은 어두워진 두 사람의 속내를 조금이라도 털어내려는 듯 웃음 지으며 말한다. 이내 고적한 밤하늘에 세 가인의 음률이 별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여기 있었군.”
한참을 자리에 못박힌 듯 서서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그림자는 느닷없이 다가오는 요황의 목소리에 흠칫한다. 잠시 후 달빛에 드러나는 모습은 평소와는 달리 무엇엔가 괴로워하는 듯한 연성이다.
“사형 역시 이곳을 오셨군요....”
요황은 살짝 미소를 짓는다. 어느 틈에 그의 눈길 역시 도리오전에 붙박힌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위무하듯 하늘로 솟다가 때로는 땅으로 내려앉는, 그리고 이내 다시금 솟아오르는 그네들의 음률의 향연에 잠시 말을 잊고 젖어든다.
.......그러며 내가 저 소리에 의해 병들고, 그 소리의 번열에 주리틀려지며, 소리의 오한에 뼈가 얼고 있는 중에 저 새하얗게 나는 천의 비둘기들은 삼월도 도화촌에 에인 바람 람드린 날 날라라리 리루 루러 러르르흐 흩어지는 는 는 는느 느등 등드 드등 등드 드도 도동 동도 도화 이파리 붉은 도화 이파리, 아파리로 흩날려 하늘을 덮고, 덮어 날을 가리고. 가려 날도 저문데, 저문 해 삼동 눈도 많은 강마을......<박상륭『죽음의 한 연구』의 일부>

“사형....”
  “........”
요황은 연성의 조금은 다급한 부름에 대답하지 않는다. 일부러 그랬다기 보다는, 도리오가 빚어내는 음률에 젖었다기 보다는, 느닷없이 마음에 짚히는 불안함이 그의 입을 무겁게 했다.
“사형에게 전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랬느냐?”
“그리고 너무도 비슷한 것이 많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좀....-_- 그런 면이 있지.”
  “정말이지 목소리는 제가 생각해도 너무하더군요-_-”
요황은 슬몃 연성의 얼굴을 바라본다. 무언가 단단히 마음에 맺은 것이 있군. 그 무언가가 연성의 마음에 맺혀있다는 것이 요황에게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사형은 모든 것을 가지셨습니다.”
  “연성 사제 그대도 이제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보다도 많이....”
  “불행하게도 제가 갖고 싶은 것은 단 하나입니다.”
요황은 눈을 감았다. 하늘이여, 순간 그는 누구라도 붙들고 탄식하고 싶은 안타까움에 젖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단 하나의 것을 사형은 갖고 계십니다.”
“……”
“사형!”
“다른 것을 다 잃어도 그것만은 줄 수 없다....”
“절 잃어버린다고 해도 말씀이십니까?”
  연성의 눈에서 불꽃이 쏟아진다. 대답을 재촉하듯 요황을 바라보는 그의 몸은 덜덜 떨리고 있다.
“널 잃는다 해도...아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뺐긴다 하더라도 도리오 저 세 사람만은 꼭 지키고 싶다. 잃고 싶지 않아......”
데이트 하러 담을 넘던 강태영과 한기주 의외의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져 다른 곳으로 사라진다;;;;;
“,......”
아랫입술을 꾹 닫고 주먹을 쥐고 있던 연성은 이내 몸을 휙 돌려 사라진다. 거칠게 내딛는 발걸음과 가득 굳어진 그의 어깨와 다리가 지금 격심한 고통과 노기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준다.
요황 역시 하늘을 바라볼 뿐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청명한 도리오의 음률은 천지사방으로 뻗어나가고 감싸돈다.

연성의 모습이 태원문파에서 사라진 것은 요황이 주라이에게 도얼 최종전에서 패하면서 10회 연속 출전 신화가 무산된 직후였다. 침통한 문파 분위기(특히나 눈물로 사흘 밤낮을 지새운 도리오의 슬픔은 필설로는 형언할 수 없다)속에서 홀연히 “질로토 대회가 시작할때까지 세사와의 연을 끓고 수련에 정진하겠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그는 수행시종도 없이 길을 떠났다. 떠나면서 도리오전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더라는 성제의 말을 들으며 요황은 한쪽 팔이 잘리는 듯한 아픔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후회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그때만큼 자신에게 충실하고 싶었던 적도 드물었기에.    

  ******

연생마인의 일격에 장외로 나가떨어진 성준은 십여분만에 임정호의 혈맥짚기와 연사매의 긴급처방으로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른쪽 갈빗대 두 군데에 심한 타박상을 입어 무리하면 부러진다는 현장대기의원의 검진이 그들에게 시합속개를 망설이게 했다.
연 사매마저도 이대로는 위험하니 시합을 그만두자, 라는 이야기를 꺼낼 정도였다.
그러나 성준은 누구와도 시선을 마주하지 않고 입술을 꾹 다문채 고개만 힘차게 모로 돌려대고 있었다. 이제 그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비록 패배가 예약되어 있더라도 일단 맞부딪힌 이상 어느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는 싸워야 한다는 저구 문하 특유의 야수성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요황과 지훈은 문파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성준의 모습을 망연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지훈은“그때 내가 이겼어야 했어....그럼 적어도 이런 모습은 보지 않을 거 아니야...”라며 완연하게 감정이 배어든 말을 내뱉었고 요황 역시 어린 소년에게(잠재력은 실로 엄청났지만) 너무도 잔인한 일을 시켰구나, 라는 자책을 숨길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불개이가 꾸몄을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음모가 더더욱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자칫하다간 그는 오늘 가장 아끼던 사제와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장 열심으로 그의 혹독한 수련을 견뎌냈던 소년의 피를 손에 묻혀야 할런지도 몰랐다.

결국 성준의 고집에 피오애수 문하생들은 일단 급한대로 압박붕대로 다친 부위를 고정시키는 편법으로나마 급한 불을 끈다.
제 4시합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두 판을 거푸 잃었던 연성이 한판을 되돌려줌으로 경기장 내 분위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점점 세를 높여가는 연성의 응원단과 이번 경기로 속시원한 결착을 원하는 주라이의 응원단의 기세싸움 역시 점점 치열을 극하고 있었다.
으음. 성준은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친 옆구리에서 송곳이 파고드는 듯한 고통을 견뎌야 했다. 연성은, 아니 연생마인은 살기어린 표정으로 천천히 경기장으로 올라서는 성준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제 4경기 시작!”
전용준 장로의 시합개시 선언이 내려졌다.

<되도록 빨리 최종회 part2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몽패랜덤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8-01 16:39)

04-07-30 13:42:08
  Holic     04-07-30  
 몽패님 최고에요 +_+bb 최종회는 Part10까지 -_-)..

중간에 계벽 <- 보고 개벽인줄 알았어요 ㅠ0ㅠ;;  
  리로디드     04-07-30  
 대서사시로군요.
주요 등장 인물과 엑스트란도 수십 명에 달하는...
최종회 기다립니다.  
  연*^^*     04-07-30  
 경락해연몽은 이제......바이바이? ㅇ_ㅇ;;;

몽패님의 필력은 정말 놀랍습니다...존경. 존경.  
  해원     04-07-30  
 훼이수 비비도 오리송 리로대두... Gg!!!!!!!!

몽패님 ㅇㅇbbbbbbb  
  Real Corean     04-07-31  
 진짜 너무너무 재밌어요.
빨리 다음편 봐야지^^  
  phoenix     04-07-31  
 “화랑 관청의 임전무퇴는 신라에겐 화랑도의 현신이었지만 계백에겐 한 소년의 죽음에 불과했다......”

앗!!! 저 오타 하나 발견했어요~! ^^;;;;(이상하게 그 뒷부분은 괜찮더라는.. ^^;;;)
감상은 다음 글에 쓰겠습니다.  
  Hewddink     04-08-01  
 dddㅠ_ㅠbbb  
  VIVID     04-08-02  
 하하하 파리의 연인 패러디군요.
제가 등장하다니 너무나 영광스러워요.+_+
"연생아 미안해...넌...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후배이고 팀원일뿐이야" (역시 썰렁;;)  


 
  Bar Sur   칭찬이 아니더라도 솔직한 감상평을 남겨주세요.  [1]  2003/09/20 2971
  정지현   소설을 올리는 곳입니다.  [7]  2003/08/23 2854
72 몽패랜덤   13번째 전사-『그래서 그들은 우주로 갔다』(1부)  [3]  2005/09/03 2371
71 마술사   [엽기코믹] 나비효과    2005/09/24 2625
70 몽패랜덤   [살짝 맛보기;;;;;] 13번째 전사-『그래서 그들은 우주로 갔다』-프롤로그  [8]  2005/08/30 2551
69 몽패랜덤   <황당예고>13번째 전사(戰士)-『그래서 그들은 우주로 갔다』  [6]  2005/08/28 3091
68 Let It Be   [완결 불가] The Last Star - No. 1  [7]  2004/09/01 2653
67 Let It Be   [완결 불가] The Last Star - No. 2  [1]  2004/09/07 2696
66 몽패랜덤   梨花에 月白하고-속 동강서정(續 東彊西征) 최종회  [6]  2004/08/11 2768
65 몽패랜덤    梨花에 月白하고-속 동강서정(續 東彊西征).3  [5]  2004/08/10 2516
64 몽패랜덤   梨花에 月白하고-속 동강서정(續 東彊西征)<2>  [4]  2004/08/06 2596
63 몽패랜덤   梨花에 月白하고-속 동강서정(續 東彊西征)  [9]  2004/08/04 2624
62 몽패랜덤   종극연생마인전(終極嚥生魔人傳)-4부  [8]  2004/07/27 2723
61 몽패랜덤   종극연생마인전(終極嚥生魔人傳) 최종회(완결)  [10]  2004/07/30 2743
몽패랜덤   종극연생마인전(終極嚥生魔人傳) 최종회 PART1  [8]  2004/07/30 2548
 
   1 [2][3][4][5]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na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