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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梨花에 月白하고-속 동강서정(續 東彊西征).3
  梨花에 月白하고-속 동강서정(續 東彊西征)


6. 악즉참(惡則斬)

처음엔 당신의 착한 짚신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빳빳하지만 결 고운 머리카락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허둥거리는 제 시선이였나요
약간 흉터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당신도 언젠가 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될테니까요
뒤꿈치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것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젠 끝난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착한 짚신을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짚신이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 벽소군이 서정에게 보낸 연서<心中戀詞> (원래는 성미정 시인의 시<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입니다. 제맘대로 몇 군데 표현을 고침;;;)

아침이었다. 4강 쟁패전에서 주라이 박성준과 서정 박정석에게 패한 우부 최연성과 파란만장 나도현의 차기무림대회 자동출전권을 놓고 다투는 3,4위전이 있는 날이었다. 조금은 김빠진 일전이었지만 그래도 무림에 이름이 드높여진 무사들의 자존심을 걸고 벌어질 만만찮은 혈전이기도 했다.
거이타부는 아침부터 수하 부하들을 닦달하는 정수염 수장의 대갈일성과 鞭打(채찍으로 내리치다-_-;;;)소리로 떠들썩했다. 3.4위전에 참석을 결정한 것이다.
동강 강민과 불나주 변길섭은 서정 박정석도 참가해야 한다는 정수염의 통고를 받고 눈살을 찌푸렸다. 서정은 애매한 웃음만 머금고 창밖의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과 이틀여의 휴식이었지만, 또한 미약과 진통제로 억지로 속여온 통증이 재발하고는 있었지만, 마음의 평정을 찾은 서정은 이틀전보다 기력이며 체력을 많이 회복한 상태였다. 그러나 여전히 안정이 필요하다고 동강과 길섭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별 의미도 없는 시합에 참가하라니....결승을 앞에 둔 사람을, 그것도 바로 우부 연성(사실은 연생마인이었지만)에게 당하면서 척추와 목뼈에 악충이 스며든 환자를.....동강과 길섭은 외부인의 설움을 쓴웃음으로 넘길 수 밖에 없었다.
거이타부의 구성원들은 과연 태란국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에 걸맞는 일대영웅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뜻있는 태란국 인사들은 귓속말이나 혼자만의 탄식으로 아쉬움을 표하곤 했다.
문제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거이타부의 수장인 정수염이 있었다. 초창기 태란국의 국가정립 과정에서 일등건국공신의 대우를 받으며 거이타부 최고의 실세자리에 오른지 어언 20여년, 그의 휘하에서 수많은 용장들이 빛을 발하고 이름을 드높였다.
그러나 항상 끝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 거이타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에 쓴물을 고이게 만들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태란국의 두랍황제 임요황이 끝끝내 거이타부로의 출사를 거부한 일, 그리고 적국 장수들에게는 통곡의 벽으로 이름 높았던 보창 이윤열은 거이타부와 宋島野蜘(송도야지-송도섬의 들에 있는 거미의 동작을 따 만든 문파)문파와의 갈등으로 자신의 재능을 미처 만개시키지도 못하고 꺾일 뻔 하지 않았던가. 이후에도 수마지오 문하의 귀족태란 김정민, 얼노우 홍진호를 축으로 볼다구 조용호와 동강 강민, 서정 박정석과 불나주 변길섭을 잇달아 입문시키며 여전히 명성을 드높이고 있었지만 거이타부는 말 그대로 명장들의 집합소일 뿐, 어떤 무인들의 호연지기나 호적수들간의 정을 갖기에는 삭막한 곳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장이 원한다면 가야지....”
서정의 음성은 편안했다, 체념이라기보다는 타고난 그의 성실성이 그렇게 드러나는 듯 싶었다.
“……”
동강은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 같아서는 정수염을 찾아가 담판이라도 내고 싶었다. 그러나 이곳은 상하관계가 분명한 군문이 아니던가. 더구나 서정의 건강문제로 한바탕 충돌을 일으킨 후였다. 처음부터 다소 이방인적인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동강이었기에.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킨다면 자신은 물론 서정에게도 역풍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감이 그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직접 무술을 겨루는 것도 아니고 그저 참관할 뿐이니까.....”
서정은 여유를 되찾은 평온한 얼굴로 동강을 바라보며 웃었다. 동강도 따라 웃음을 지었지만 그의 예민한 감각은 여전히 무언가 불안감을 충동질하고 있었다. 서정이 말한 그저 구경만 한다는, 그 말 자체가 이상스레 가슴을 쿡쿡 찔러대는 것이었다.

재균 선사는 여전히 감은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 쉴새없이 타오르는 전단향과 방금 시중드는 인봉이 채워놓고 간 다향이 어우러지며 넉넉한 향내가 실내를 휘돌고 있었다.
그러나 재균 선사의 내면은 격한 소용돌이가 출렁이고 있었다. 어젯밤 자신을 찾아와 파문을 요청한, 한때 대광사 최고의 여살수(女殺手) 혈마향에서 이제는 무명의 벽소군으로 내려앉은 여인의 얼굴이 자꾸 그를 긁어댔다.
차가운 눈과 뜨거운 눈물을 동시에 지녔던 아이. 섬소(纖疏)한 외양 속에는 비정(非情)이 또아리치고 있었고, 문장과 음악에 정통한 재주 뒤에는 본능적인 전투감각이 등을 맞대고 있었다. 무엇을 해도 잘해낼 수 있었던 소녀. 나는 왜 그 애를 살수로 만들었던가.
재균 선사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심미안을 원망했다. 다른 장로들이 그녀는 문사나 악사로 시대를 빛내줄 재목이다, 라고 이야기할 때 그는 그 빛나는 재능 뒤에 숨은 어둠의 본능에 더 끌렸던 것이다. 어차피 현시대는 문학이나 음악 같은 예술이 치료하기엔 너무 병근이 깊이 들어있는 터, 병근을 도려낼 날카로운 칼이 더 필요할 때라고 그때 그는 믿었다.
그래서 볕이 너무 좋아, 독경시간에 빠져나와 언덕 풀밭에 누워있다가 그냥 잠들어버렸다는, 발개진 얼굴로 앉은 자리에서 시 십여수를 일필휘지해버리는 넘치는 문재를 지닌 눈이 맑은 아이를, 그는 피냄새를 묻히고 다니는 어둠속의 살수로 만들어버렸던 것이었다.
첫 살인을 마치고 돌아온 날, 아이에서 숙녀로 변한 혈마향은 하루 반나절을 누워 있어야만 했다. 덕분에 영문 모르고 독감에 걸렸다는 선사의 말을 곧이 믿은 서정이 하루 왼종일 대광사 주변의 야산을 헤집으며 약초란 약초는 종류별로 캐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두 번째 살인을 마치고 돌아온 밤, 혈마향은 재균 선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두 식경인가를 눈물을 쏟으며 왜 자신을 살수로 만들었냐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항거를 했었다.
세 번째 살인부터 혈마향은 울지도, 자리에 눕지도 않았다. 그저 눈가가 잠깐 붉어지고 번득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보상심리였을까. 밤의 여살수 혈마향은 낮에는 대광사 문하의 장래 큰언니인 언제나 미소 짓고 심성 고운 문장에 능한 벽소군이었다. 한참 부모의 손을 타야할 나이였던 도현 경락 정석은 특히나 벽소군의 손을 많이 타던 아이들이었다.(그래봤자 나이차는 두 서너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보살피는 벽소군은 한번 눈을 들면 시가 샘이 솟고 두 번 손을 타면 아이들의 방이 밝아지는 마법사였다.
하지만 밤이 깊어 그녀가 일일이 이마를 쓰다듬으며 눈 감긴 아이들이 단잠섞인 호흡을 내뱉고, 그녀의 방문에 재균 선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그녀는 악즉참(惡則斬)이라는 문장이 새겨진 살수보검을 등에 꽃은 여살수 혈마향으로 변해 있었다.
태반이 목숨 서너 개를 저당잡혀도 모자랄 위험한 임무들을 그녀는 너무도 완벽해 도리어 치명적일 정도로 훌륭히 처결해 나갔다. 그런데.....
재균 선사는 저도 모르게 한 손을 다탁에 내리쳤다. 쿵! 소리와 함께 찻잔이 용케 담긴 차를 쏟지 않으면서 쨍, 하고 울었다.
“알 수가 없어...알 수가....도대체 지경이가....무슨 일을 생각하는지를.....”
어린 시절 그녀를 부르던 속명을 버릇처럼 뇌까리며 재균 선사는 이마에 세월이 배어든 주름을 잡았다.
분명 오늘 아니면 내일쯤이면 일이 벌어질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피를 부르는 참극일지, 아니면 어떤 도피행일지 정말 짐작이 닿지 않는 것이었다. 재균 선사는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두 서너번 왔다갔다 하면서 혀를 끌끌 차다, 인봉을 부른다.
“도경 대사형과 선기 사형을 불러라....”
인봉의 그림자가 합장하고 사라진다.

  피닉소(翍匿簫-펼친 날개마저 숨기게 만들만큼 뛰어난 퉁소를 지닌 재원)는 앞에 놓인 찻잔을 집으며 마주보고 앉아있는 여인에게 미소를 건넨다.
“달콤한 밀(蜜)과 향이 짙은 자스민을 섞은 차이옵니다. 마음을 다스리고 평탄케 하는데 효험이 있지요”
피닉소의 말에 벽소군 역시 가볍게 웃으며 찻잔을 집어든다.
잠시 말없이 찻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 조용한 실내엔 미풍 같은 향내가 감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
“저것이 그 유명한 도리오전의 천상음이군요”
벽소군이 귀를 기울이며 말하자 피닉소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피닉소 역시 퉁소 연주는 일세의 그 누구와도 질 생각이 없는 솜씨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와 친한 몇몇만이 알고 있는 비사였고, 실상 피닉소의 이름은 진경산수와 사군자에 정통한 수묵화가로서 드높아 있었다.
“그나저나 너무 오랜만에 뵙게 되는군요.”
“그렇게 되었군요”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눈과 얼굴 표정으로 오가는 대화를 통해 그녀들의 눈이 와짝 열리기도 하고, 입술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고, 이내 눈빛이 까맣게 흔들리기도 한다.
“사실은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잠시 차를 곁들인 담소가 끝나자 벽소군은 새삼 고개를 수그리며 피닉소에게 말한다. 그러자 피닉소 역시 눈을 놀랍다는 듯 크게 뜨며 말한다.
“이상하군요....사실 저도 지금 막 부탁드릴 것이 떠올랐는데...”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웃음이 피어난다. 피닉소와 담소하는 벽소군의 모습에서는 어젯밤의 피냄새와 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저 사람이 벽소군이 맞는가 의심할만큼.
잠시 후 벽소군이 두루마리 한 묶음을 꺼내어 피닉소 앞에 놓으며 말한다.
“이걸 보관해주셨으면 합니다.”
“……”
무슨 말씀이냐는 듯 눈으로 재차 묻는 피닉소에게 벽소군이 말을 이어간다.
“사실 이것은 제가 틈틈이 써서 모아둔 잡글들입니다. 쓸 때는 열에 재워져 가슴을 펄럭거리며 써댔는데 막상 읽다보면 얼굴이 부끄럼을 견디지 못하더군요...”
“그럼 시중에 있는 문사들은 다 돌을 끌어안고 강물에 몸을 던져야겠군요....지나친 염장(炎臟-오장을 불태우다)의 겸손이십니다....”
벽소군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를 아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칭송했고 그녀의 문재를 부러워했다. 피닉소 역시 그러한 사람 중의 일인이었다.
“이제 이 것들이 제 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이왕 떠나는 자식들, 그래도 좀 편하게 머물 곳을 찾다보니 이리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그저 빚 못 갚아 집문서 내놓는 것이구나 생각하고 받아주시옵소서....”
피닉소의 눈이 어지럽게 앞에 놓인 두루마기 묶음과 벽소군의 평온한 얼굴을 교차한다.
“빚탕감으로 내놓기에는 너무 보물이 아닌지요?”
피닉소는 농담이라기엔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벽소군도 어느결에 웃음기를 걷고 정색으로 피닉소를 바라본다. 어떤 대립이나 충돌이라기 보다는 무언중에도 바지런히 서로에게 무언가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잠시 후 피닉소가 웃음을 보이며 입을 연다.
“그럼 잠시 보관해드리죠....”
“감사합니다....”
벽소군이 고개를 숙이며 사례한다.
“대신 제 소청도 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이번엔 피닉소가 청을 한다. 벽소군은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피닉소의 잔잔한 얼굴을 바라본다.
“오늘 벽소군님의 초상을 그릴 영광을 베풀어주십시오.”
“아니....태란국 최고의 화가께서 어찌 하찮은 계집의 초상을.....”
벽소군이 드러나게 당황하는 표정을 보인다. 양볼에 복사꽃 물이 들기 시작한다.
“최고 미녀의 초상을 그리기엔 제 손이 너무 천박비재하게 느껴집니다.”
피닉소 역시 쉽사리 물러날 기세는 아니다. 잠시 실랑이가 있었으나 먼저 부탁을 들어준 피닉소의 간청을 결국 벽소군은 이기지 못하고 만다.
“너무 경황없이 오는 통에 머리 손질도 제대로 못했건만....”
자신의 차림이 불만인 듯 가볍게 입술을 내미는 벽소군. 그러나 피닉소는 이미 화선지를 펼쳐놓고 벼루에 물을 붓고 먹을 갈아대고 있다.
“그럼 머리를 풀어도 되겠습니까?”
“저야 더욱 환영할 일이죠”
벽소군의 말에 피닉소는 한껏 웃음을 보이며 말한다. 그러면서 붓을 잡는다.
……종이에 먹이 묻어가며 선이 그어진다. 평면인 종이에 역시 선이 그어질 뿐인데도 춤추는 붓끝 사이로 음악이 흐르듯 생기가 돋아나는 얼굴이 떠오른다. 밤하늘에서 별빛을 제한 어둠들만 모아 응축시킨듯한 머리카락, 화씨의 벽(완벽무결한 옥-삼국지 출전)같은 이마가 짙은 아미로 흘러내린다.
“정석군이 요즘 고생이 많은 모양입니다.”
한참 그림에 몰두하던 피닉소가 갑작스레 입을 연다. 벽소군의 아미가 한번 꿈틀, 한다.
“무림대회 결승에는 진출했지만 몸에 이상이 있다는 소문이 흉흉하더군요......”
“……”
피닉소로서는 그저 그림을 그리며 심심해할 벽소군을 위해, 그리고 그녀의 내면의 상흔에 대한 일말의 치료라도 될까 싶어 말을 붙이는 것이리라. 그러나 실상 그것은 벽소군에게 비상이요, 짐독(중국에서 사약을 내릴 때 쓴 독의 종류)이었다. 하지만 벽소군은 자신의 흔들림이 피닉소의 화도에 흠결을 남길까 싶어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다잡는다.
“……아직 벽소군 님은 아름답습니다....”
또다시 엉뚱한 쪽으로 이야기를 돌리는 피닉소. 그러나 이러한 피닉소의 화법에 익숙한 벽소군은 그저 가볍게 웃음만 보인다.
“언제까지 서정만 바라보고 사실겁니까? 그리고 무모한..... 언제까지 스스로만 상하는 길만을 찾아 디디실 것인지요?”
이제 피닉소는 완연한 추궁조로 변해있었다. 벽소군은 그러나 애써 굳어지는 입꼬리를 다스릴 뿐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어차피 서정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습니다.”
벽소군의 잔잔한 눈에 풍우가 휘몰아친다, 아울러 진한 피냄새가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결단코.....서정의....점석의 몸에 음해를 꾸미는 자들이 있다면.....저와 함께 지옥을 내려가야 할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끝났습니다.”
피닉소가 붓을 내려놓으며 손을 비빈다. 무언가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왔을 때 종종 보이곤 하는 그녀의 습벽이었다.
얼른 스스로를 수습한 벽소군이 당황함이 역력한 기색으로 입을 연다.
“제가....보아도....누가....,아닐런지요?”
“천만입니다... 오히려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듯 싶어 제 얼굴이 뜨겁습니다....”
피닉소가 혼쾌히 그림을 내어준다. 떨리는 손으로 그림을 받은 벽소군이 그림에게 시선을 쏟는다.    
저 여자에게 앞으로도, 어쩌면 평생 동안 서정 박정석이라는 이름과 존재는 희망의 최상급이자 치명적인 약점으로 내내 따라다닐 것이다. 피닉소는 벽소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무 과분하게 그려주셨습니다....잘못 알면 왕소군이나 조비연의 초상으로 오해되겠습니다.”
“은연중에 자랑하시는군요-_-;;;;...... 어쨌든 언제부턴가 꼭 벽소군님의 초상을 한번 그리고 싶었습니다, 오늘에야 소원을 이루는군요.”  
두 사람 사이에 내려쌓이는 잔잔한 웃음꽃. 그러면서도 피닉소는 자꾸 떠오르는 불길한 예감을 어찌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제 저 사람을 살아서는 볼 수가 없겠구나. 저 사람이 남겨놓고 갈 저 두루마기와 이 화급히 그린 수묵초상 한점만이 이제 벽소군, 저 여자가 세상에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 될른지도 모르겠구나.  웃으면서도 자꾸 눈이 따가와 피닉소는 눈가를 손으로 가린다. 묻어나오는 것은 눈물이다.
안녕, 친구라 부를 수 있었던 몇 안되는 고마운 존재여. 벽소군 역시 마음을 부비며 이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그렇기에 더욱 간절한 얼굴을 자꾸 들여다보았다. 아주 머릿속에 각인이라도 시켜놓으려는 듯.

7. 梨花에 月白하고

동강이 우려했던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우부와 파란만장의 시합은 내내 불꽃 튀는 혈전이었으며 승부의 추는 사정없이 요동을 쳤다. 연생마인계의 충격에서 거짓말처럼 회복한 우부 최연성은 특유의 多馳鼓(다치고-많이 달려가 승전고을 울린다) 무공으로 파란만장 나도현의 邪一論討(토벌하는 것은 사악함 한가지로 말한다)무공을 정면으로 물리친다. 4강 쟁패전과 3.4위 결정전 모두 최종판까지 가는 대혈전. 마침내 질로토는 최후까지 남은 두 사람만을 자신의 곁에 다가오도록 허락한 것이었다.
서정 박정석의 인기는 대단했다. 실신하는, 넋을 잃어버리는, 방금 전까지 사귀던 애인과 결별하는 여성들이 속출했다.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무술시합이었음에도 시합보다는 서정의 수려한 얼굴을 보는 것에 더욱 열심인 사람들도 있었다.
  꼭 화류계 여성이 된 기분이군.
내색하진 않았지만 서정은 불편한 기분이었다. 대다수의 시선에 얹혀진다는 것. 명예욕이 강한 사람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서정에겐 그것은 또 다른 불편이었고 상처에 대한 자극이었다. 사람들의 눈에 얹혀지고 입에 떠올려지는 것이 얼마나 큰 댓가를 치르는가를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벽소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네?
요즘 대광사 경내에 소문이 파다하게 깔렸다.
……
네 놈이 벽소군을 대하는 태도가 오누이 관계를 떠나 정념이 배어든 모습이라고 수군대고 있다는 것이다.
……
변명 않는 것은 인정한다는 뜻이냐?
……
이곳은 절이다.
알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네가 벽소군을 사랑한다면 환속밖에는 길이 없다. 경내에서 남녀상열지사가 퍼진다는 것은 곧 대광사의 전통이 땅에 버려지는 것.
……
더욱이 벽소군이는 대광사 36살수계의 차세대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녀가 나아갈 길은 사랑과 화합의 길이 아닌 징벌과 단죄의 길이다.
……
또한 너 역시 이미 수카이배를 얻었고 도경이와 동수를 이어 이곳 대광사의 무명을 떨칠 후계자로 내 점지하고 있었던 바.
……
벽소군이는 오늘 아침 떠났다.
……!
대광사에 들어와서 처음 보는 온갖 악다구니와 눈물이란 눈물은 모조리 쏟아붓고 갔다.
……
사실...네 놈을 거이타부나 태원문하로 출사시켜 환속시킨 다음 틈을 보아 벽소군이를 너에게 보내려고도 했었다....
서...선사님...
하지만 대광사에 관련된 일은 나 혼자만이 결정할 수 없는 법. 36인 살수계 대장은 너의 축출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렇기에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벽소군이 아직 무사수행을 하지 않았음을 기화삼아 -사실, 무사수행이 필요 없다는 것은 재균 선사도 대광사 간부들도 알고 있었다, 다만 명분이었을 뿐이다 - 벽소군이가 대광사를 떠나도록 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
그녀가 원했다. 이제 자신은 너에게서 마음이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
나만큼이나 그녀 역시 대광사와 너 사이에서 나름대로 생지옥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
알겠느냐 그나마 제일 혼자서 속편했던 녀석아! 넌 그저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매일 보고 같이 공양을 받고,
무술을 연마하는 하루 하루가 즐거웠겠지. 하지만 나는 나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너를 보며 생병을 앓았던게야.
……
넌 지금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란 힘든 일은 다 자신이 겪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두거라. 네가 겪어야 할 몫까지 그녀가 떠안았고 지옥이란 지옥은 그 애가 다 끌어안고 있었던 게야. 너에겐 불똥이 튀지 않게..
……
알겠냐! 이 청맹과니 같은 녀석아!!

비등하는 함성에 서정은 물을 한 됫박은 들이부어야 겨우 가셔질만큼 타오르던 가슴을 진정할 수 있었다. 마침내 우부가 승리를 거둔 것이었다. 자신에게 골혈파장(骨血破掌-뼈와 혈관이 깨지는 장법무공)을 시전, 지금까지도 내상에 시달리게 했던 우부가 자신과 주라이, 요황과 함께 차기대회 자동출전권을 확보한 것이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서정은 승리에 환호하는 우부와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태원문하생들의 기쁨에 찬 모습을, 그리고 패배의 쓰라림을 갈무리하는 나도현과 그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광사 문하생들의 침통한 표정을 바라보았다.
자신 때문에 우부와 싸우게 된 나도현에게 서정은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서정의 복잡한 시선을 마뜩찮게 바라보는 정수염의 시선이 더해지고 있었다.

역시 외출은 무리였던가 다소 진정기미를 보였던 서정의 통증이 돌아오자마자 다시 시작되었다. 다소 잠복기를 거쳤기 때문인지 통증의 강도와 심도는 이전 것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버텨내던 서정이 동강과 길섭에게 “어서 고통을 멈추게 해달라!!!”라는 고함을 지르며 멱살을 붙들만큼.
동강은 이를 악물고 정수염의 거처를 노려보았다. 자신을 보내던 조규남 장문인의 안타까움을 벗어난 일말의 측은감을 머금던 눈길이 떠올랐다. 또한 서지훈의 불쑥 내민 입술, 태민의 시큰둥한 표정, 그리고 호적수이지만 여린 심성으로 영걸보다는 호학의 길을 택한듯한 재훈의 꿈을 담은듯한 눈동자도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서정은 동강이 임시방편으로 처방한 夢傷摯脈(몽상지맥-꿈꾸는 가운데 상처를 잡고 맥을 다스리는 응급법)으로 잠시나마 안정을 찾고 잠이 든 뒤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척추와 목뼈에 숨어든 병근인 악충(惡蟲)을 잡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러한 치료법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다만 “연생마인으로 숨어든 악충은 연생마인으로 풀어내야 한다”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퍼질 따름이었다.
갑갑한 마음에 동강은 밖으로 뛰쳐나오듯 나선다. 하늘엔 어느 틈엔가 보름달이 활짝 피어나 있었다, 잘 정돈된 정원의 배나무들은 이화를 가득 꽃피워 달빛을 고스란히 사방으로 뿌리고 있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런지.
사실, 동강으로서는 서정의 결승을 기권이라도 해서 정지시키고 사방에 사람을 풀어 화타, 편작에 버금가는 명의들을 찾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로선 그것만이 유일한 차선이었다. 그러나 저 명예욕에 불타는 정수염이 질로토를 앞에 두고 물러나야 한다는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은 보창이 다시 거이타부로 복귀한다는 가능성과 맞먹을 것이었다.
정수염에게 자신이나 서정이 그리 좋은 낙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동강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이것은 인명이 달린 일이건만, 세상 어떤 명예도 사람 목숨줄보다 귀중할 리는 없건만 동강은 답답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머리를 휘휘 내두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정문 쪽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창칼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번져나갔다, 심지어는 화광(火光)도 치솟기 시작했다. 비상상황을 알리는 초병들의 고함이 울려퍼졌고, 여기저기의 침소에서 불이 켜지며 무장한 장수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침입자다!!!!”

자신을 둘러싼 위병들의 살기등등한 시선에도 벽소군은 의연한 자세로 버티고 서 있었다.
거이타부. 옹감네의 유명 영웅들만 출사할 수 있다는 최고고수들의 집합소. 자신이 한때 속했던 36인 살수계가 흑도를 내세우며 밤을 통치한다면 거이타부는 정도와 패권을 내세우며 낮을 다스리는 최고집단이었다.
그러나 거이타부의 정도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벽소군의 생각은 단호했다. 정수염이라는, 권력욕과 명예욕의 화신이 거이타부의 수장으로 앉아있는 한 제2, 제3의 보창 이윤열 같은 불운한 영걸의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서정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한번은 승부를 결해야 할 처지였다. 칼을 잡은 손에 기를 넣으며 벽소군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피를 보고 싶지는 않소....내가 원하는 것은 두 가지”
위병들과 비상소식에 화급히 달려온 장수들의 시선이 벽소군에게 몰려들었다.
“하나는 정수염의 목이고....다른 하나는 서정을 넘겨달라는 것이오.”
“한낱 아녀자에게 수장과 전우를 넘겨줄 수는 없지!!!”
누군가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그것이 신호인 듯 일부의 위병들이 창검을 들고 벽소군에게 돌진해온다.
“어리석은 자들!!!!”
벽소군의 입에서 비단 찢어지는 듯한 일성과 함께 그녀의 몸이 한번 가볍게 회전하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 싶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열 서너명의 위병들이 떨어져나간 팔 다리를 붙들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그렇기에 더욱 치명적인 살무(殺舞)였다.
“자...또 팔 다리 불구가 되고 싶은 자들은 덤비시오!!!!”
벽소군이 무리들을 휘둘러보며 소리를 치자, 기세등등하던 병사들은 움찔 뒤로 한 두 걸음 물러난다. 이제 그들을 뒤덮은 것은 한 아리따운 여성의 무모한 침입에 대한 비웃음보다는 자신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었다.
자신의 기세에 제압당한 듯 얼어붙은 위병들이 주춤거리는 사이 벽소군은 정문을 통과하려 한다.
“이곳은 낭자께서 들어오실 곳이 아닙니다.”
얼노우 홍진호와 마린 김정민이다. 얼굴에는 특유의 온화한 웃음을 보이고 있지만 두 사람의 욱체는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되어 있었다. 벽소군이나 두 사람이나 어느 한쪽이 먼저 움직이면 바로 치열한 혈투가 전개될 듯 싶었다.
“전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이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적법한 방법으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적법? 김정민의 단정한 말에 벽소군의 입가에 슬몃 비웃음이 떠오른다. 결국 너희들도 같은 도당들이구나. 내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앞에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먼 발치에서 구경만 하는 너희들의 입에서 적법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벽소군의 얼굴이 팽팽히 굳어진다. 홍진호와 김정민도 느닷없이 뻗어나오는 강렬한 살기에 저도 모르게 발검을 하며 치명적인 일격을 날리기 위한 자세를 갖춘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벽소군이 몸을 날리며 두 사람의 가운데로 달려든다. 홍진호와 김정민은 잠시 당황한 듯 싶은 표정이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고 좌우로 흩어져 두 사람의 시선 가운데 벽소군이 놓이게 만든다.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라마냔.....

잠시 팽팽한 긴장감으로 서로를 겨누어보던 세 사람, 먼저 벽소군이 재빠르게 홍진호의 미간을 향해 일직선으로 뛰어든다. 강렬한 기세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홍진호, 그와 동시에 김정민이 벽소군의 배면에서 파고든다. 그러나 도저히 피할 수 없을듯한 김정민의 공격은 이미 허공을 찌르고 있다.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 못들어 하노라.
     -이조년 시조<이화에 월백하고>

잠시 벽소군을 시선에서 놓친 홍진호와 김정민이 집중력을 잃은 사이, 어느틈에 홍진호의 검을 쥔 오른손을 칼등으로 내리치는 벽소군, 쨍! 하며 맑은 파열음을 내며 떨어지는 홍진호의 폭풍검, 그리고 동시에 김정민은 명치에 당수일격을 받고 가슴을 싸쥐며 무릎을 꿇는다. 역시 땅바닥에 나뒹구는 정석검(靜析劍-고요히 쪼개는 보검)

“정수염은 어디 있소!”
무장해제당한 두 장수에게 칼을 겨누며 벽소군이 소리친다. 눈에서 뿜어내는 귀기에 홍진호와 김정민은 두려움보다도 어떤 경이감을 느낀다. 이런 여성고수가 숨어있었다니, 가끔 수련상대가 되어준 토수걸(ꟙ首傑-토끼모양의 귀여운 얼굴을 지닌 여걸) 서지수나 나비(娜琵-아리따운 비파같은 입술을 지닌 여걸) 김영미보다도 측량못할 무공과 기술을 갖춘 여인이 있었다니.
위협 당한다는 두려움보다는 난생처음 대하는 여고수의 힐문에 홍진호와 김정민은 말을 잃고 있었다.
“당신들도 살기가 싫은 모양이로군.....”
벽소군의 입술 끝이 잔인하게 뒤틀렸다. 그리고 악즉참이라는 금석문이 새겨진 검이 달빛을 받아 번득이는 순간,
“멈추시오 벽소군 낭자!!”
저편에서 화급한 음성이 벽소군을 제지했다. 벽소군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당신이로군요....”
벽소군의 눈가에 잠시 물기가 번득인다. 그녀의 시선에 잡힌 사람은 동강 강민이었다. 언제나처럼 여유롭고 가벼운 웃음기가 머물던 얼굴은 사라져 있었다. 일자로 굳게 닫힌 입술은 가끔 일그러지고 있었으며, 눈에서는 안타까움과 체념의 빛이 어지럽게 교차하고 있었다.
“낭자의 마음은 잘 알겠소...하지만.....”
“이해는 바라지도 않습니다.....기대할 것도 없는 사람이니까요....”
조소일까, 자탄일까. 동강은 벽소군의 말에서 어떤 위험한 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밤 제 앞길을 막는 사람은 그 누구라도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다시금 월광을 짓밟는 벽소군의 안광이 빛을 토한다. 홍진호와 김정민이 재차 자신들의 검을 집어 반격자세를 꾀하는 것을 동강은 눈으로 제지시킨다. 시간은 내가 끌 것이니 두 분은 어서 지원병력을 불러주시오. 눈으로 전하는 동강의 의사를 깨달은 홍진호와 김정민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난다.
벽소군은 차디찬 눈으로 동강을 노려본다.
“정수염이 있는 곳을 알려주시오.”
“그건 알려줄 수 없소.....누가 뭐라고 해도 나의 상관인 사람을 팔 수는 없는 법.”
동강은 잠시나마 자신이 매달리고 있던 일말의 기대를 그 순간 끊어버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몽상검을 힘있게 뽑아들었다.
“나를 베기 전에는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오.”
달빛을 받은 두 사람의 검이 쨍, 하며 울어댔다. 후두두둑, 홀연한 바람에 달빛에 물들었던 이화잎들이 분분하게 흩어져 떨어져내린다.


벽소군의 테마곡

린- 사랑했잖아

나만 원한다 했던 말도 지켜준다던 약속들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버리고 있잖아
너만 바라본 많은 날들 물거품이 되버린 오늘
또 아무렇지 않게 웃고있을 너잖아

정말 좋았잖아 행복 했었잖아
가슴 아픈 그런 일들도 견뎌냈던 우리잖아

제발 그러지말아 아직 사랑하는 날
너도 알고 있잖아 매일밤 울며 전화하는 날
낮설만큼 차가운  니 목소릴 들어도
바보처럼 난 너를 못잊어 이렇게

알면서도 시작한 만남 그녀에게 미안한 맘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커진 내 헛된 욕심들 많이 부담스러웠겠지
니 자릴 찾으려 했겠지 난 알고 있었어 닫혀진 너의 마음을

정말 좋았잖아 행복 했었잖아
가슴 아픈 그런 일들도 견뎌냈던 우리잖아

제발 그러지말아 아직 사랑하는 날
너도 알고 있잖아 매일밤 울며 전화하는 날
낮설만큼 차가운 니 목소릴 들어도
바보처럼 난 니가 행복하길 바래~

다시 나에게 너라는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을텐데  니 손 꼭 잡을텐데

니가 원했던 만큼  많이 원했던 만큼
잘해주지 못한날  미안해 용서해 이해해줘
끝까지 이기적인거  이것도 이해해줄래
바보같은 난 마지막까지 이렇게  
마지막까지 미안해...

<최종회 쓰고 있는 중입니다 ㅠ_ㅠ>

1. 홍진호 김정민 선수의 팬 여러분들의 넓으신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_ _);;;;
2. 최종회라는 이름으로 한편에 묶기에는 분량이 너무 막 나가서 부득불 나누게 되었습니다. 가급적 빨리 최종회를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몽패랜덤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8-16 00:56)

04-08-10 19:21:35
  리로디드     04-08-11  
 이런 글에 이해를 바라시다니...
몽대사님이야말로 지나친 염장(炎臟)의 겸손이십니다.ㅎㅎ
쵝오에요!!  
  phoenix     04-08-11  
 ^_______________________^
제가 자꾸 민망해지네요... ^^;;;;  
  VIVID     04-08-11  
 피닉소님이 등장하셨군요~~~~
서정과 벽소군의 사랑이 너무 가슴아프지만.....(게다가 아이까지 있다뇨;)
동강에게 자꾸 맘이 가는 이유는 뭘까요?-_-  
  kid     04-08-12  
 우크크크크...  
  해원     04-08-31  
 주인공은 동강 아니라 서정이에효 ㅜ0ㅜ...
(그래도 동강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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