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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사가 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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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가 되는 방법

CD에 모 게임 잡지의 98년 5월 부록이라 적혀있네요.
당시 고 3인데도 게임잡지를 사모았던 남동생을 둔 덕에 접하게 된 게임.
원래 몇 년 전까지 동생은 유명한 신작게임은 어떻게든 구해와서
하다가 싫증나면 제게도 해보라구 주던 스타일이었는데
그 때도 이미 대작 게임에 많이 익숙해져서인지
부록으로 딸려온 이런 게임은 자기 취향 아니라구 처음부터 제게 주더군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게임.

난이도에 따라 마법사 지망생인 세 명의 캐릭터가
마법재료들을 찾아 마법을 익히며 그 때 그 때 주어진 미션을 클리어하며
결국 마법사가 되는 엔딩.

그러니깐 말이죠.
육성 시뮬 냄새가 쬐금 가미된 무척 자율성이 없는 RPG정도 되겠네요.

무척 흥미로웠던 것은
조그마한 메뉴얼 책자가 딸려 있었는데
그 책이 있어야지만
그 곳에 적혀진 데로 모은 마법재료를 조합하여 마법을 익히게 되는 거였답니다.
마법이란 게 빵만드는 거 대충 그런 거부터 어떤 것을 선인장으로 변화시키기
뭐 그런 어찌 보면 유치하고 귀여운 그런 류 뿐이었습니다.
아마 그리 높지 않았던 난이도 덕분에
RPG류 치곤 짧은 시간안에 엔딩을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을 거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픽도 후지고 미션 내용도 단순했지만
아기자기한 이 게임에 깊이 빠졌더랍니다.


네,
꼭 귀여운 마법사가 된 듯한 착각과 함께요. ^ ^


물론 전 마법사라는 단어와
마법이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지만요.
그래도 어쩌면 마법사가 있다면...


그래서 문득 오늘 이 게임을 다시 돌리려는데 윈95에서 돌리던 거라선지 안 되네요.


#1
얼마 전 무척 좋아하고 아낀다고 생각하던 한 게이머의 은퇴선언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정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저 스스로가 할만큼은 다 해봤는데 안된다고
게임은 이제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최근 그의 성적은 그의 인기나 명성에 비하면 턱없이 부진했었습니다.
보는 재미가 있는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도 아니었습니다.
직접 하는 건 솔직히 스타보다 더 새롭고 즐거웠지만
마법이 난무할 때마다 대체 누가 이기는 건지조차 얼른 구분을 못할 정도로
보기엔 좀 재미없는 게임이었는데
그 게이머가 맘에 들어 보기 시작한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부진하다보니 그가 진 경기는 찾아보지 않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게임을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불쑥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는 슬프지 않았습니다.
평소 제가 느끼던 그 게이머라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서 선택하고 결정했을까 싶어서
그냥 잘할거야 하고 응원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딱 하나 있었습니다.
언제 그의 게임을 마지막으로 챙겨봤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내가 보면 이긴다고 스타랑 겹쳐도 박서의 경기가 아닌 이상
그의 게임을 보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갑자기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조차 기억이 안나는 겁니다.

그런 내 자신이 서글펐습니다.
이젠 보고 싶어도 결과를 모르는 그의 게임은 볼수 없어졌다는 것이.
이젠 그는 그저 흘러간 전적으로 남겨진 추억 속의 게이머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그럴줄 알았으면 지더라도,
좀 부진해서 질 것 같더라도,
꼭꼭 챙겨서 봐둘 걸 하는 후회.

네,
너무 때늦은 후회였지만
어쩌면 너무 늦지않은 깨달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제 마음 속에서는 최고인 또 다른 게이머에 대한 생각이 났습니다.
100번 게임을 해서 100번 지더라도
지금 이 순간,
아직은 결과를 알 수 없는
무엇을 보여줄지 모르는
그의 모습에,
또 새로운 상대와의 또 새로운 맵에서의 또 새로운 게임을 해낼
그의 모습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요.

한 게이머의 은퇴로 이제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형편없이 지더라도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아직 이 자리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정말 고맙다는 것을.
이럴바에야 진작 은퇴나 하지 했던 스스로가 부끄럽습니다.
저는 물론
그가 지금 당장 은퇴를 선택한다해도
그의 선택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는
그의 팬이지만
끝까지 가기로한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힘겹지만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그의 지금의 모습에도 박수를 보내야 했던 것을요.
그 시간들 속에 그가 만난 수많은 게이머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다 모르는데도
그는 아직도 꿋꿋하게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의 게임을 아직 볼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무척 감사합니다.

아직은 그의 게임 내용을 기대하고 결과를 예상해볼 수 있는 입장이라는 것이
그를 마음 속의 추억의 게이머로 묻어두지 않아도 되는 것이
그를 위해 내가 응원할 게임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
무엇보다 그저 감사합니다.



#다시 0
마법사가 되고 싶은 밤입니다.

직업란에 그냥 게이머가 아닌 '프로' 게이머라고 써야 하기에
이겨내야 하는 프로이기에

노력의 열매 몇 송이
전의에 가득찬 독기 몇 스푼
결코 포기 하지 않는 끈기 몇 줄
쉬이 지치지 않는 체력 몇 근
긴장을 풀어주는 안정제 몇 알
팬들의 정성어린 기도 한 묶음과
행복의 세잎클로버와 행운의 네잎클로버 몇 잎을 넣은 마법약을 가져다 주고 싶습니다.
이길 수 있기를,
지더라도 다음엔 기필코 이겨내기를,
무엇보다 스스로를 단단하게 견뎌내기를,
그렇게 오래오래
게임을 해 나가기를,
그렇게 우리에게 게임을 보여줄 수 있게 약을 뿌려주고 싶습니다.


# Epilogue
그런 생각을 가끔 합니다.
마법사가 있다면 말입니다,
어쩌면 구슬에다가 마법가루를 듬뿍 뿌리고 갔는지도 모르겠다는.

좋은 사람들

내가 응원하는 게이머가 이겼는데도 진 다른 게이머 팬들 마음 배려하느라
기쁨의 글을 못 올리던 분들이 계십니다.
글이 없다고 하면 살짝 잠수 타셨던 분들도 찔려하며 솔직한 글을 올리십니다.
누군가의 생일을 알게 되면 댓글 러시가 이루어지고
가입인사가 최고 환영 댓글의 주인공이 됩니다.
스타는 솔직히 우중충하고 칙칙한 게임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곳의 그 팬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어도 참 빛이 나는 사람들입니다.
멀리서 서로를 그리워 하고 작은 것에 함께 기뻐하고 멋진 글에 빙그레 웃습니다.
마음을 터놓고 고민을 얘기하고 속상하다 툴툴거리기 무섭게
다독거려 주시기도 하고 따끔한 충고도 해주시고 따뜻한 위로도 줍니다.
심지어 임빠(?)와 임까(?)가 만나 사귀기도 합니다. ㅡㅡ;;
이곳이 그저 친목사이트라 하여도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스타가 언젠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런 게임이 된다해도
이곳의 분들과 함께라면 언제까지라도
함께 응원하고 마음 졸이고 기뻐하고 슬퍼했던
그러면서 이미 스타크래프트란 게임 그 이상을 공유했던
지금 바로 이 순간의 소중한 모습들을 추억하며 즐거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들

얼마 전 제 개인 공간에 프로필을 바꿨는데
그 곳에 지금 저를 나타낼 수 있는 단어들을 열거했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너무 망설임 없이 이곳이었습니다.
구슬.
왠 구슬? 구슬치기하는 구슬?
아직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_-;;) 모르는 제 친구가 묻는다면 말하겠습니다.
나한테 멋진 마법 구슬이 하나 있다고.
그 구슬을 함께 나누고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 때문에




좋다고.

자랑하고 싶을만큼 좋다고.

아주 가끔은 모 게이머가 생일파티 때 흘린 눈물만큼이나 짜하고 참 좋다고.





오랜만에 거짓말도 잘살아있다고 꽝!!!!!
* 해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9-20 10:59)

04-09-14 02:54:37
  지나가는 비     04-09-14  
 좋을 글 보고 간다고 댓글도 꽝!!  
  *TrueLuv*     04-09-14  
 오랜만에 거짓말님 글.. 참 좋네요...
멋진 마법구슬... 딱 맞는 말 같아요...  
  리로디드     04-09-14  
 구슬 생긴 지 1년. 저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더군요.
구슬을 알게 되면서 생전 안해보던 행동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게시판에 넋두리하기, 얼굴 모르는 사람과 게임하기, 메가웹 진출,
메신저로 밤새 수다떨기, 대구 여행...
그게 그래서였군요.
마.법.구.슬.
거짓말님 오랜 만의 글 반갑습니다.^^  
  finethanx     04-09-14  
 저는 지금 거짓말님의 멋진 글에 빙그레 웃지요. ^_________________^  
  몽패랜덤     04-09-14  
 Welcome to the goosll!!!
goosll is a magic world!!!!!
(그런데 철자가 맞는지-_-;;;;;)  
  VIVID     04-09-14  
 간만에 뵙는 거짓말님 글이네요.^^
정말 구슬은 참 특별한 곳 같습니다.
지금의 인연을 만들어준 이곳, 구슬에 항상 감사한답니다.  
  연*^^*     04-09-14  
 연애하느라 바쁜 거짓말은 글만 남기면 추게감이라는..(한숨)  
  낡은운동화     04-09-14  
 저도 갑작스런 그 선수의 은퇴를 보면서
참 담담하던 제 모습이 오히려 당황스럽더군요.
젊은 아니 어쩌면 조금은 어린나이에 자신의 자리를 비워내기란 쉬워보이지가 않습니다.
그곳에서 견뎌내지 못한것이 아니라 용기있게 새로움을 위해
달려나갔을꺼라고 생각하며 뒤늦게나마 위안이 아닌 용기에 박수를 보내봅니다.  
  phoenix     04-09-14  
 이중헌선수의 심정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쉬움이 더 큽니다.
굉장히 잘했던 선수이니, 다른 분야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로그너     04-09-14  
 정말 글 잘쓰시네요(역시 거짓말님 -_-b)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꽃단장메딕     04-09-14  
 이중헌선수 정말 은퇴할까요?
거짓말처럼 내가 서 있던 자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며 다시 되돌아 오지는 않을까요?

구슬을 빛나게 하는데 거짓말님의 글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거..본인도 아시죠? ^^*  
  Real Corean     04-09-14  
 거짓말님 너무 멋져요~~~~~~~
좋은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bohemian     04-09-15  
 아.. 거짓말님 글 너무 좋아요.+_+/

(이번엔 도망 안 가도 되는 분위기 맞죠?+_+a;)  
  물빛노을     04-09-15  
 역시 멋진 글^^ 마법사가 되는 방법...저거 꽤나 지루해서 하다가 때려쳤었는데(...) 어디 있는지도 모를 시약 재료를 찾아 헤매이다 겨우 찾아와서 섞고 시약 완성(펑!), 다시 찾아와서 만들고...의 반복이라;;
염장이 걸리는=_=  
  고추냉이     04-09-15  
 거짓말님의 글은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글을 잘 쓰시고 진심을 담아 쓰시니 그런거겠습니다만은...^^;;;)

역시 거짓말님이다~!!!! 하며 저는 밥을 먹으러...^^;;;  
  AndantE     04-09-15  
 글 다 읽구 나서 또다시 읽게 됩니다.
역시나 멋진 글이네요^^
부러워요~~  
  빨강지롱     04-09-17  
 아..
그냥 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는..
마법사는 이미 되신게 아닌 가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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