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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담] 갈치 국



'검정과 황금색의 야상곡- 떨어지는 불꽃' 휘슬러 [Whistler, James Abbott McNeill, 1834.7.14~1903.7.17]

- 그림 보는 순간 눈길이 꽂혀버려... 뒤 늦게 올립니다 -






아침밥상에 며칠간 먹던 미역국이 오늘 아침도 변함없이 나오면서 함께 갈치국이 나왔다.
아니, 갈치조림이나 구이라면 몰라도 국이라니...
조림을 하려다가 잘못 물을 많이 부어 국으로 끓이셨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어머니께서 제주도 여행 가셨을 때 갈치국 맛있게 드신 추억이 떠 올라 갈치국을 끓이셨나? 싶기도 했다.  
나도 갈치국을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먹어 본 기억이 있는데 국물이 아주 시원했었다.

그런데 갈치로 국을 끓이면 자칫 비린내가 나므로 싱싱한 갈치를 쉽게 구하는 제주도에서나 국으로 끓일까, 그 외의 지방에서는 구이나 조림으로만 요리할 뿐, 거의 국 요리는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평생을 어머니께서 해 준 갈치국 먹어 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의아해서
"어떻게 갈치국을 다 끓이셨어요?"
하고 물었다.

어머니 대답은 뜻밖에도

"느그 아부지가 시원하다고 잘 드셨다"
였다.




느닷없었다.


아버지라니,

아버지께서 좋아하던 음식이라니...







갑자기 아버지가 그리워졌다.  

이게 왠 일이야?  내 심경이 왜 이렇게 되지?
평생을 그리워해 본적이 없는 아버지인데?


... ...


아버지께서도 갈치국을 즐겨 드셨단 말이야?  
그래서 나도 갈치국을 좋아한단 말이야?  
이런 것도?
식성도 유전된단 말이야?...




평생을 그리워해 본적이 없는 아버지인데...








상여 뒤로 위패 들고 따라가면서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었다.
장례기간 한 번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었다.

자라면서 동네친구들과 싸움 끝에 그 애 어머니에게 ‘애비없는 후레자식’이란 소리 듣고 분해서 견딜 수 없던 적은 있어도 아버지가 안 계셔서 서럽다는 생각 들어 본 적  본적 없었다.

어머니 혼자 고생하시는 걸 보면서도,
끝없이 곤궁하게 살면서도  선친을 그리워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



이번에 집에 다녀 올 때는 마침 본사의 워크샵과 겹쳐 토요일 오전까지 회의하고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금요일 밤에 집에 온 아들녀석은 거실에서 조카와 놀고 있었다.


내가 집에 가는 주간에는 녀석이 바쁜 일이 있어 집에 내려오지 못했고, 내가 등산 가느라 못 올라간 주말에 녀석은 날 만나러 집에 내려오곤 한 바람에 근 달포간 부자간 얼굴 못 보고 있었다.

아들녀석은 날 보자말자 휴대폰 맞기기교환 하러 가자고 채근했다.


내 폰은 그냥 평범한 폰인데 녀석의 휴대폰은 일명 권상우폰으로 최신형이다  

녀석의 성격은 다소 유별난 데가 있어 현대인이 휴대폰에 사로잡혀 있다며 휴대폰없는 생활을 몇달간 고집하기도 했었다가 제 어머니가 녀석의 회사 퇴근 후에는 연락할 길이 없어 너무 불편하다며 휴대폰 다시 장만하기를 성화를 해 대니까 마지못해 다시 장만한 게 이번 휴대폰이다.

그런데 녀석이 자기는 최신형이 필요 없다며 굳이 내 휴대폰과 맞바꾸자고 만날 때마다 나한테 채근하곤 했었다.

난 못 이긴 척 아들녀석과 시내에 있는 대리점을 찾아 나섰다.


역시 우려했던 대로 맞기기 교환 업무는 토요일 오전까지만 되는 바람에 막상 기기교환은 못했지만, 내심으로는 흐뭇했다.
별거 아닌 거지만, 녀석 나름대로 효도가 별로 싫지만은 않았다.


시내에서 돌아 오는 길에 목욕탕 들렀다가 간단히 샤워하고, 둘이서 마트에 들러 장도 보고, (아들녀석은 식성이 초식주의자인지 야채를 유난히 좋아한다) 집에 들렀더니...

아내는 골프 연습장 가고 없었다.



잘 됐다. 챤스다!

“야! 우리 서울갈래?”
“서울 요? 누구 만나시게요?”




**********************




어머니께서 왜 갑자기 갈치국을 끓이셨을까?

몇십년 동안 끓이지 않던 갈치국을?...



왜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좋아하던 갈치국이 생각 났을까?

왜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좋아하던 갈치국이 끓이고 싶어지셨을까?



혹시!...

... ...


언제나 겨울이면 불안스럽다.

노인들에게 겨울은 잔인한 계절이다.


오늘부터 가스비 많이 나오더라도 보일러 팡팡 때야겠다.





* 몽패랜덤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12-13 20:35)

05-11-23 22:48:17
  베르커드     05-11-24  
 갈치국이라... 비리기도 비린데다가 살이 연해서 국을 끓이면 살코기가 다 녹을 텐데 그걸 끓여내는 것도 쉽진 않겠군요.

정말 왜 갑자기 갈치국을 끓이고 싶으셨을까요?

식성이 유전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 할아버지는 이북사람이었는데, 한국전쟁 당시에 남하하셔서 휴전 후 부산에서 아버지를 낳으셨습니다.

이북 사시던 분이다보니 굉장히, 진짜 극단적으로 짜고 매운걸 좋아하시고 만두라면 사죽을 못쓰셨다고... 저도 똑같거든요


에, 할아버지 덕분에 저희 집에는 남들에게 대접하지 못할 희귀한 이북식 메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돼지고기 장조림"입니다.

물은 안 넣습니다.
조선간장 콸콸 붓고 청량고추를 고기랑 똑같은 양으로 넣습니다.
고기는 삼겹살을 쓰거나 그보다 비계가 많은 찌개용 부위를 씁니다.
그리고 제대로 쫄이지요.


맨밥으로 먹기엔 너무 짜고 매워서 보통 보리차에 물 말아서 먹습니다.
몇조각 먹으면 입이 얼얼하게 아픕니다.

남들에게 조금은 자랑할 만한 우리집만의 메뉴입니다.  
  마술사     05-11-24  
 갈치국이라니, 추억의 메뉴군요;;
(제 고향이 제주도라서 말이죠..)  
  p.p     05-11-24  
 마술사님 고향이 제주도였군요.
부모님 지금도 제주도 계신가요?  
  거짓말     05-11-24  
 이 글 읽고 나니까
이상하게 제 마음에 보일러가 팡팡 돌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이번 주말에 어찌저찌 기회가 되어
20대 마지막 바다보러 강릉에 갔다오려고 했는데 -_-;;
갑자기 엄마께서 그 때 김장을 담그신다더군요.
솔직히 예전같으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바다를 보러 갔을 거 같은데
이젠 그냥 당연히 결국 별로 하는 일 없어도
김장을 도와드려야겠다는 결정이 나더군요.
그냥 이 글 읽으니 그런 저조차도 참 부끄러워서요.

그나저나 저녁에 갈치조림은 먹었는데
갈치국은 언제 먹어볼 수 있을까요?  
  Camel     05-11-25  
 갈치국은 먹어본적 없지만 부모님 두분 모두 전라도 목포 분이셔서 외가 친가에 가서 갈치미역국을 먹어본적이 있습니다. 담백한 국보단 얼큰하고 칼칼한 국을 좋아하는 탓에 제 입맛엔 맞지 않았지만 왠지 말씀하신 갈치국의 맛이 제가 맛본 갈치미역국과 별반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_~  
  마술사     05-11-25  
 네 부모님은 제주도에 계시죠..;  
  꽃단장메딕     05-11-26  
 어머니께..아주머니들 계모임 장소로 좋은 곳을 추천해드렸더니, "이제 엄마는 남들이 보기에 아줌마가 아니라 할머니" 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아직도 제가 어릴적 그 모습 그대로인 것 같은데, 어느덧 그렇게 불릴 나이가 되셨나봐요. 엄마가 해주는 밥은 반찬이 어쩌니 저쩌니 해도 언젠가는..그 맛이 그리워 눈물 적실 그런 날이 올 것만 같다는 생각이 이 글을 보면서 들었습니다. 뒤늦게 철이 들려는건가? -_-+
그나저나 갈치국은 뭐고 갈치미역국은 또 뭐랍니까? 흑...도저히 상상이 안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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